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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ove Story
나의 어떠함 너의 어떠함 본문
2017년 4월 19일 논문쓰다가 지루해서 페이스북에 끄적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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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학번이니까 대학 입학을 기점으로 20년이 다 되어간다. 부모님과 떨어져 지낸지도 20년이다. 내일 모레 40이니 대학생활 시작을 기점으로 독립적인 인격체로 사람들과 관계를 본격적으로 맺기 시작한 지도 인생의 반이 되었다.
짧으면 짧을 수도 있고, 길면 길 수도 있는 20년 시간동안 제한적이지만 정말 다양한 관계들을 많이 만났다. 늘 그립고 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꼴도 보기 싫은 사람도 있다. 즐겁고 행복한 기억을 훨씬 많이 공유한 관계도 있고, 크고 작은 갈등의 기억만 남은 관계도 있다. 무시 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때는, 꿍한 마음을 밤새 쥐고 잠을 설칠 때도 있었다. 내 의견이 멋드러지게 잘 관철 됐고 내가 생각하는 나름의 정의와 상식이 이루어 졌다며 통쾌하고 시원한 마음으로 미소를 머금고 잠을 청한 적도 있었다. 아마 누군가는 그런 나 때문에 밤잠을 설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세심하지 못해 주변에 감정적으로 외롭고 힘든 사람들을 돌아보지 못했다. 그래서 어떤이에게는 큰 상실감과 외로움을 안겨주기도 했다. 또 그렇게 내가 속상함과 외로움을 받기도 했다. 어쭙잖은 나의 잘난척과 자랑이 누군가에게는 냉소로, 어이없음으로 다가 가기도 했다. 박수 받을 만한 누군가의 좋은 일에, 속으로는 씁쓸해 하면서도 겉으로는 쿨한 척 하기도 했다. 의도하지 않은 말 실수로 오해를 주고 받기도 했다. 세입자가 되어 권리를 주장하며 집주인과 싸우기도 했고, 서브릿을 주며 간접적인 집주인이 되어 의무를 다하지 않는 세입자와 싸우기도 했다.
돌아보면, 관계의 갈등과 어려움은 나의 어떠함과 누구의 어떠함의 깊은 화학작용으로 발생 하는 것 같다. 썰전에서 유시민 작가가, ‘자리가 그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리는 그 사람의 어떠함을 드러내는 것 뿐이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공감이 많이 됐다. 자리란 단어를 관계로 치환해도 맞는 말 같다.
나의 어떠함...어렸을 때 나는 말수가 적고 어떤 특정한 부분에 대해서는 강직하지만, 대체로 순해 보이고, 주변 사람들에게 젠틀해 보이기도, 젠틀해 보이려고 노력도 많이 했던 것 같다. 막내라서 그런지 철 없는 행동들을 할 때도 많았다. 20년 동안 성숙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어렸을 때 나의 어떠함은 지금도 유효할 때가 많다. 숫기가 없어서 낯선 사람을 만나거나 낯선 곳에 가면 긴장을 많이하고 어리숙해 보이기도 한다. 좋은 말로 하면 편한 사람, 좀 가볍게 표현 하면 물로 보이는 사람이다. 화도 잘 안낼 것 같고...그래서 그런지, 이런 저런 재미난 에피소드들이 많다. 군에서 대대 전산실장으로 근무하고 있을 때, 막 부대 배치 받은 이등병 전산병과 그의 사수인 상병 전산병(오래전 페북 포스팅에서 소개한 포르노그라피로 걸린 그 전산병이다)과 같이 부대 홈페이지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다. 이등병 전산병이 웹디자인 경험이 있어 프로젝트에 많은 도움이 됐다. 물론 사수인 상병 전산병도 프로젝트 완성을 위해 고생을 많이 했다. 일이 끝나고 고생한 두 전산병을 위해 대대장님께 포상휴가를 건의했다. 그런데, 규정상 한 명 밖에 줄 수 없다는 연락을 행정과로부터 받고, 결정권자였던 나는 더 많은 수고를 한 이등병에게 포상휴가를 주기로 했다. 포상 휴가를 받지 못하게 된 상병 전산병에게 미안해서, 너도 고생했는데 규정상 한 명 밖에 줄 수 없게 됨을 설명하고, 다음에 또 다른 프로젝트 하게 되면 그 때 너에게 포상 휴가를 주겠다 하며 미안하게 됐다 했다. 그런데 상병 전산병이 나도 열심히 했는데 왜 안주는지, 지금 열심히 했는데 안줬는데 나중에 받으면 그게 무슨 소용인지 등등 섭섭함을 토로했다. 나는 그냥 미안하다며 달래주는 착한 소위였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다른 장교 앞이었다면 그런 불만을 털어 놓았을까? 아마 처음부터 ‘야 이등병이 너보다 더 공헌했으니, 이등병한테 포상 준다. 찍소리 하지마…’ 왠지 이게 더 군대 같아 보인다...규정이 그런지 모르고 우리 아이들 휴가 보내주고 싶은 순수한 마음에 섣부르게 둘 다 휴가 보내려고 했던 내가 어리숙 했던건지, 아니면 전산실장으로 부임하고 처음으로 주는 포상휴가인데 위계상 선임 먼저 보내 주는게 군대 질서였던건지~라는 생각도 좀 들었다. 어쨋든, 이런 에피소드도 나의 어떠함과 상병 전산병의 어떠함 때문에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이 아니었나 싶다.
나의 어떠함과 너의 어떠함이 잘 맞는, 단순한 말로 나랑 잘 맞는 사람을 만나면, 나는 남에게, 남도 나에게 좋고 착한 사람이다. 나랑 맞지 않는 사람을 만나면, 나는 남에게 불편한 존재이고, 남도 나에게 불편한 존재이다. 시쳇말로 샘샘(same same)이다. 오케이다. 문제없다. 포상을 주기로 약속 했던 내가 지키지 못한 약속 때문에 상병에게 섭섭한 소리를 듣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내가 사과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살다보면, 상실감만 안겨주는 관계가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자기 보다 낫거나 잘나면 안된다고 은연중에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나한테는 절대 지면 안된다는 불문율이 있는지, 상식선에서 맞는 얘기한다고 생각했는데도, 절대 받아들이지 않는다. 쉬운 이해를 위해 단적으로 비유하자면, 교과서에 설명된 해법에 기초해 풀이한 수학 답안을 들이대도, 내 답과 풀이는 확신이 안선다며, 나보다 수학을 더 잘한다고 생각하는 자신이 인정하는 다른 사람이나 수학 선생님에게 꼭 확인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다. 내가 맞으면 아무말 없고, 내가 틀리면 내 앞에 와 헤헤 웃으면서 내가 틀렸다고 무척이나 자랑스러워 하는 그런 류의 사람들이다. 내가 맞았을 때 왜 아무말이 없냐면, 자기가 우월하다고 생각한 영역에서 내가 맞는 게 너무 견디기 힘들고 억울하기 때문이다. 내가 중간에 약간 틀리게 설명한 부분이라도 하나 있으면, 그 것을 근거로 맞는 답은 내가 아닌 나보다 수학을 더 잘 아는 사람들로 부터 맞는 것을 확인했다며 애써 나를 부정하기도 한다. 나를 인정하는게 왜 지는게 되는지 왜 그게 힘든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오래전에 이 문제에 대해 고찰(https://goo.gl/FIVPs9)을 하면서 얻은 결론은 열등감이 그 이유 중 하나라는 거다. 재밌는 것은 내가 확실히 더 잘하는 영역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는 것이다. 예를들면, 잘 치지는 못하지만 즐길 만큼은 연주 가능한 기타, 베이스, 드럼에, 4번 수업듣고 섹소폰으로 케니지 웨딩송을 불었던(물론 바이브레이션이나 당김음은 전혀 못함) 나에게 음악의 음자도 꺼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런 류의 사람은 상대방의 어떠함을 정확하게 스캔하고, 아 저 사람은 내가 쉽게 넉넉히 이길 수 있는 만만한 사람, 저 사람은 나보다 똑똑한 사람, 저 사람은 나를 권위와 힘으로 누를 사람, 저 사람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너무 잘 아는 사람, 별로 도움 안되는 사람, 중요하지 않은 사람 등등으로 구분해 놓고, 거기에 맞추어서 상대를 대한다. 우월감을 느끼고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누구를 공략하면 제일 쉬운지 답은 뻔하다.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결국 이런 류의 사람의 어떠함과 나의 어떠함의 화학작용의 결과로 나에게 돌아오는 건 상실감 밖에 없다. 이런 관계 안에서는 나도 분노하고 욕할 수 있다는, 과거에는 몰랐던 나의 어떠함이 드러날 뿐이다. 앞에서 인용한 유시민 작가의 말에서 '자리'를 '관계'로 바꾼 문장 처럼…하지만 이런 류의 사람을 나쁘다라고 말할 수도 없다 자신이 지정한 다른 카테고리의 사람들 하고는 그럭 저럭 잘 지낼테니...하지만 이런 류의 어떠함은 나의 어떠함과 정말 상극이다. 상종을 하지 않는게 지혜가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이런 류의 사람을 납득 시키려면, 권위로 누르거나 논리로 설득해야 하는데 (그렇게 해야 한다고 내 면전에서 친절하게 알려줬다), 상병에게 조차 사과하는 나의 어떠함으로는 권위로 누르는 것은 불편하고 불가능한 일이다. 논리로 설득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다. 앞에 수학 예시 처럼…그런데 결국 이 모든 일의 원인에 나의 어떠함이 있으니, 나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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