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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사고

Lifove 2018.12.30 15:15

2016년 11월 2일 진로에 대한 고민과 탄핵시국 와중에 페이스북에 끄적였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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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국이 말도 안되게 안좋은데, 개인사적으로는 처음 차사고를 당했다. 안그래도 지난번에 캐나다 교통시스템이 안좋아서, 사고가 너무 많이 난다고 불평아닌 불평을 했었는데, 사고의 당사자가 되니 불평할 때와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지난 토요일 신호위반하는 차가 내 차 왼쪽 뒤 타이어 부근을 들이 받았다. 좌회전을 위해, 교차로 중간에서 헨들을 돌리려는 순간 빨간 신호임에도 불구하고 나를 향해 돌진하는 큰 SUV 차량을 발견했다.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려왔다. 그 찰나, 긴장을 하거나 그렇게 많이 놀라진 않았다. 아마도 위치상 나를 덮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순식간에 했었던 것 같고, 아내에게 옆에서 차가 온다라고 한 마디 내 뱉자마자 꽝! 왼쪽 측면 에어백이 터졌고, 차는 130도 정도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돈 후 멈췄다. 충격 에너지가 차가 도는 회전 에너지로 바뀌는 바람에, 몸에 충격은 덜했다. 아내나 나나 놀라기만 했지, 특별히 몸에 받은 물리적 충격은 거의 없었다. 아무도 다치지 않은 것이 정말 정말 감사한 일이다.


어제 보험사에 확인해 보니, 차량이 수리 불가하여, 폐차를 해야 한단다. 충격 때문에 차가 회전해서 그랬는지, 외관상으로 크게 파손이 안돼 보였었다. 아마도 에어백이 터지고 뒷 바퀴가 어긋난 것 때문에 수리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나 보다.


지금 돌아보면, 0.5초정도 늦어, 운전석이나 차 중간을 받았다면 많이 다치지 않았을까 싶다. 사고가 정리 되고 집에 돌아와 그날 찰나의 순간들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평소 같았으면 빨리 나가야 한다며 아내에게 재촉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기로 결정했던 찰나, 네비게이션이 알려주는 길이 차가 밀리는 바람에, 우회길로 가기로 마음 먹었던 찰나, 주황불로 바뀌는 순간에 그냥 좌회전을 하려하다가 포기하고, 다음 신호를 기다리자고 결정했던 순간...이 찰나들 중 하나만이라도 다르게 선택 했더라면, 사고가 나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들이 머리에 맴돌았다. 언제나 그랬듯이 당장에는 답을 알 수 없지만, 습관처럼, 왜 이런 일이 나에게 벌어졌을까, 이 사건에 담겨있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생각하게 된다.


아내가 희망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좋은 학벌에 능력있는 사람인데, 나 따라오느라 직장도 그만두고, 비록 유산하는 아픔을 겪었지만, 결혼 7년 만에 처음으로 임신을 했었기에, 또 다른 가능성이 있을까봐 올해 동안 클리닉 다니면서 이런 저런 시도도 해봤었다. 하지만, 별 진전 없었던 캐나다에서의 일년...아내는 이런 시간들을 보내면서, 자존감도 낮아지고, 의욕도 많이 잃어 버렸던 것 같다. 차가 들이 받기 전 0.5초의 찰나… 아내에겐 역설적이게도 우리를 다치지 않게 했던 0.5초의 찰나에서, 우리 삶에 여전히 새로운 희망이 있음을 발견했다. 삶에 희망이 있다는 생각이 우리 삶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며, 그날 밤 늦은 저녁을 먹고, 늘 미루던 설거지를 바로 한다. 보통은 며칠이 지나도 걷지 않고 건조대에 놔두었던 빨래도 정리하고...물론 작심삼일이 될 수도 있다며 이실직고 하지만 희망을 이야기 하는 아내가 정말 고마웠다.


내가 이곳에서 포닥을 하고 있는 것은, 너무나 감사하고 좋은 기회다. 하지만, 다음 세대를 잘 교육하고자 하는 그럴싸한 바램에, 내가 자격이 될까 잘할 수 있을까라고 끊임 없이 의심하기도 하며, 이런 저런 작은 일에도 자신감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그런 와중에 아내가 던진 한 마디, 희망...우리 삶은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고, 결국 그 분 앞에 나의 소망을 두어야 함을 돌아보게 된다. 말도 안되는 한국의 상황에서 분노와 안타까움으로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오게 한 원동력은 그 분들 마음 속 희망일게다. 차도 없는 마당에, 어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한바가지다. 난국이지만, 무리속에서 희망을 전염받고 싶다. 하지만, 미래는 알 수 없는 일...알 수 없는 미래가 희망인지 절망인지는 결국 나의 태도일텐데, 흐트러진 자세를 바로 잡고 다시 차렸자세로 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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