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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대학원생 되기 - 1편: 왜 대학원생이 되었는가? (동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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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대학원생 되기 - 1편: 왜 대학원생이 되었는가? (동기)

Lifove 2015. 5. 3. 19:28

행복한 대학원생 되기 연재

1편: 왜 대학원생이 되었는가? (동기) (2015/05/03)

2편: PhD가 되어가는 단계 (2015/05/10)

3편: 수업 듣기 (Coursework) (2015/06/07)

4편: 문제 찾기 (2015/11/08)

5편: Literature Survey (문헌조사) 

6편: 박사 자격 시험 

7편: 학회와 저널 (2017/07/07)

8편: 논문 리뷰 (2016/05/13)

9편: 논문 쓰기 (2017/01/23)

10편: 지도 교수 

11편: 학위 논문과 디펜스 

12편: 졸업 후 진로 (2017/01/10)


※ 서언
2015년 여름이면, 박사 과정을 시작한지 6년을 다 채우게 된다. 수학 중, 다른 연구 기관에 고용이 되어서 1년 휴학한 기간을 빼면, 5년 동안 박사 과정 학생으로 등록한 것이다. 졸업까지 몇 개월 밖에 남지 않은 요즈음, 좌충우돌 하면서, 여기까지 열심히 달려온 시간들을 되돌아 보며, 어쭙잖겠지만, 대학원 생활에 대한 그 동안의 나의 생각과 경험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교수, 연구자, 더 넓게는 이 세상의 각 영역에서 여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문제 해결자가 되기 위해 공부를 시작한 대학원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나의 경험과 생각들이, 힘들 수도 혹은 지루할 수도 혹은 괴로울 수도 있는 대학원 생활에 행복과 즐거움, 그리고 보람을 찾는데,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나의 연구분야는 소프트웨어 공학이어서, 어떤 주제들은 나의 경험과 많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많은 부분들은 다른 연구 분야 대학원생들에게도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여기에 담겨질 글들은 순전히 나의 개인적인 견해이기에, 빠지거나 부족한 점도 많이 있을 것 같고, 혹시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불쾌감을 갖게 된다면, 미리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런 관점과 생각도 있구나 라고,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길 바랄 뿐이다.

왜 대학원생이 되었는가? (동기)

내가 박사학위를 따고 싶어했던, 1차 적인 이유는, 선생이 되고 싶어서 였다. 굳이 선생이 되려면, 꼭 박사학위가 있는 대학교수가 될 필요는 없었을 텐데, 굳이 이런 선택을 하게 된 이유는, 내가 가서 선생이 되고 싶은 학교가 있었는데, 그 학교가 대학교였기 때문이다. 그 땐 참 어리고 단순했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이런 단순함이 용감하게 대학원 문을 두드릴 수 있게 했던 것 같다. 선생이 되고 싶었던 이유는, 누군가에게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알려줄 때 느끼는 보람과 희열이, 프로그래밍을 할 때 느끼는 희열 만큼 컸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의 이런 바램이 동기가 되어, 석사를 마치고, 31살 여름부터 박사 과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지금 나이 서른 일곱의 봄을 지나고 있다. 내일 모레면 불혹의 나이가 된다.

하지만, 선생이 되고 싶다는 동기는, 사실 반쪽자리 동기여서, 이 동기만으로 대학원 생활을 감당하기에는 버겁다고 이야기 하고 싶다. 그래서, 대학원 과정 동안 좌충우돌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어쨋든, 어떤 특정 연구 분야에 대해, 다른 사람들 보다 더 많이 읽고 쓴 사람이 습득한 지식의 진보를, 같은 세대에 함께 살고 있는 후학들에게 잘 가르치고 전하는 교육자로서의 사명은, 대학원 생활 내내 곱씹어야 할 중요한 주제라고 생각한다.

선생이 되는게, 반쪽 동기라면, 나머지 다른 반쪽은 연구자로서의 동기이다. 아무도 풀지 못한 어려운 문제를 창의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고 싶은 열망이 있는가? 의 질문에, "예"라고 답할 수 있다면, 연구자로서의 동기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여기에 읽기와 쓰기를 좋아하고 (공부를 잘하고), 탐구하기 좋아하고, 내가 해결한 문제의 답을 사람들에게 알려서, 이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꼭 머리가 좋고 공부를 잘 해야만, 연구자가 될 수 있다고는 말하고 싶지 않다. 물론 머리가 좋고, 공부를 잘 하는 사람이, 굉장히 굉장히 어려운 문제, 그리고 해결되면,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문제들을, 다른 사람들 보다, 더 빨리 더 좋은 방식으로 해결할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고, 인기가 없는 문제들 혹은 돈이 별로 안되는, 다시 말하면,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이 적은 그런 문제들도 많은데, 사회의 일각에서는 이런 작은 문제들이 해결이 될 경우,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어려운 문제든 쉬운 문제든, 해결이 돼서, 누군가의 생명을 살려낼 수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을 한다. 그래서 연구자로서의 충분한 동기가 있지만, 자신이 똑똑하지 못하다고 생각되어, 연구자가 되기를 꺼리는 사람이 있다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먼저 던지고 싶다. "남이 거들떠 보지 않는 사소하고 작은 문제를 푸는 것 만으로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고, 미미 하나마 특정 학문 분야에 영향을 끼치고 싶은 마음이 있는가?" 이 질문에 "예"라고 답할 수 있다면, 연구자가 되기를 권하고 싶다. 이런 마음 바탕에, 포기하지 않는 인내심이 있으면, 결국에는 PhD라는 Certificate을 충분히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학교만 해도, 최대 8년 동안 대학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8년 안에 졸업할 수 있으면, PhD자격을 준다는 것이다. 인내심이 투철하고 부지런한 보통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한다. 8년 동안 한 우물을 파면 뭔들 못하겠는가? 포기하지 않고 인내로 시간들을 보낼 수 있는가 없는가가 연구자로서의 동기만큼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교수라는 직업을 정의한다면, 선생 + 연구자 (혹은 문제 해결자) 라고 할 수 있겠다. 지금까지 연구 성과로 이루어진 지식들을 이용하여, 이 사회가 진일보한 사회로 잘 돌아갈 수 있도록, 학생들을 사회 구성원으로 잘 교육하는 것이 첫 번째 사명이고,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여, 더 진일보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새로운 지식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 두 번째 사명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PhD를 받았다고 해서, 꼭 교수가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도 일종의 재능이고, 사람을 직접적으로 상대하는 일이므로, 학생들에게 관심을 쏟고 헌신할 생각이 없다면, PhD가 있다고 해서, 굳이 교수가 될 필요는 없다. 또, 명예심 만으로 혹은 정년 후의 인생을 즐길 수 있는 보장된 삶만 바라며, 교수가 되겠다고 생각한다면, 오히려 교수가 되는 것을 말리고 싶다.

PhD의 정체성은 문제 해결자이기 때문에, 선생이 아닌, 연구자로서만 100%삶을 살아낼 수 있다면, 그 것 만으로도 대학원생으로 시간을 보내고 학위를 받는 충분하고 유일한 동기가 될 수 있다. 연구실에 있는 중국인 대학원생이 있는데, 그 친구는 학생들이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물어보는 것이 넘 귀찮다며, 교수가 될 생각은 없다고 한다. 대신, 회사에 들어가거나 창업을 해서, 새로운 IT기술 들을 연구하고 만들어 내고 싶다고 한다. 구글 같은 기업에 박사 학위 있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새로운 문제를 찾고 해결하려는 구글의 도전 정신과 연관이 많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구글에는 박사 학위가 없는 사람이 더 많을테니, 꼭 PhD가 있어야만 연구자가 되는 것은 아닐테다. 하지만, 체계적으로 문제 해결능력을 배우고, 또 해결한 문제들을 Publish해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는 데에는 대학원 만한 곳이 없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선생에 대한 동기, 연구자에 대한 동기 중, 더 중요한 것을 고르라고 한다면, 연구자로서의 동기가 더 중요하다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박사 과정을 시작하게 된 동기가, 선생으로서의 동기가 컸고, 상대적으로 연구자에 대한 동기는 적었기 때문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사실 뭐하는 곳인지 잘 몰랐다...), 대학원 생활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 다행인 것은, 박사 과정을 지내면서 연구자로서의 동기도 알게 됐고, 문제 해결하는 과정, 또 문제를 두고 다른 연구자들과 소통하는 과정들도 경험하고 배우면서, 나도 연구자로서의 삶을 지속할 수 있겠구나 라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한 우물을 파다보면,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내 연구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고, 또 그 분야의 대가들과 토론도 하고, 또 대가들의 연구실에서 나온 논문들도 내가 평가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까지 성장할 수 있음을 경험하게 되었다.

행복한 대학원 생활을 하기 위해서, 반드시 스스로에게 물어봤으면 좋겠다. 왜 대학원 생이 되었는가? 왜 PhD가 필요한가? 너무 원론적인 이야기라 진부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분명한 동기가 있을 때, 내가 있는 곳, 내가 하는 것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힘들고 지겹고 괴로운 것은 살아가다 보면 피할 수 없다. 그런데, 무엇인가를 하는 분명한 동기가 있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쁨과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앞으로 PhD를 받기 위해, 대학원 삶을 시작하거나, 하고 있는 분이라면, 동기가 무엇인지, 한 번 깊이 고민해 보시면, 좋을 것 같다.

연재 첫 포스팅을 너무 심각하게 쓴 것 같은데, 다음 포스팅은 PhD가 되어 가는 단계에 대해, 내 경험에 비추어서 좀 더 재밌게 나누어 보도록 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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