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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대학원생 되기 - 3편: 수업 듣기 (Coursework)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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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대학원생 되기 - 3편: 수업 듣기 (Coursework)

Lifove 2015.06.07 22:08

행복한 대학원생 되기 연재

1편: 왜 대학원생이 되었는가? (동기) (2015/05/03)

2편: PhD가 되어가는 단계 (2015/05/10)

3편: 수업 듣기 (Coursework) (2015/06/07)

4편: 문제 찾기 (2015/11/08)

5편: Literature Survey (문헌조사)

6편: 박사 자격 시험

7편: 학회와 저널 (2017/07/07)

8편: 논문 리뷰 (2016/05/13)

9편: 논문 쓰기 (2017/01/23)

10편: 지도 교수

11편: 학위 논문과 디펜스

12편: 졸업 후 진로 (2017/01/10)


많은 대학원에서, 대부분의 박사과정 학생들은, 2년차 까지 수업을 듣는다. 사실 나라별 대학원에 따라, 수업과정은 많이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 대부분의 영국 대학원은, 수업과정 없이 순수히 연구과정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박사과정을 하고 있는 홍콩과기대 컴공과는, 박사과정 졸업을 위해 반드시 이수해야 할 전공 수업 학점이 21학점(7과목)이며, 1학점 필수 영어 수업과 1학점 학부 세미나 수업, 그래서 총 23학점을 반드시 이수 해야 한다. 만약에, 전공이 다른 학부 졸업생이나 학부 졸업한지 시간이 많이 지난 사람이, 우리 학부(department) 박사과정으로 입학할 경우, 학부(undergraduate) 이론 수업, 예를들어, 알고리즘 기초나 Theory of Computation등의 수업을 추가로 이수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보통은, 대학원 수업과정이 형식적이고 절차적인 부분이라 그런지, 지도교수나 대학원 선배들은, 초년차 박사과정 학생들에게, 수업은 적당히 듣고, 연구에 집중하라는 조언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해외에서 박사들이 취업을 할 때, 성적표를 제출하라고 하는 곳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연구자로서의 자질을 평가할 수 있는 다른 기준, 출판한 논문의 목록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 대학원으로 부터 박사과정 입학 허가(Admission)를 받는 수준의 사람이라면, 학부 때 수강한 과목들의 학점이 좋은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은, 다른 말로 하자면, 수업 수강이나 필기 시험에 능숙한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보통의 대학원생이라면, 수업 듣기(Coursework)는 그렇게 비중있는 주제는 아닐 것이다. 우리 학부의 경우, 한 학기에 7-8학점 정도 들으면 대개는 1년 반 만에 박사과정 수업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


대학원 생활에 그렇게 큰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은 수업 듣기를, 행복한 대학원생 되기 연재에 한 편으로 넣은 이유는, 나름 특별하고 힘든 경험과 이야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박사과정 수업은, 해당 분야에 꼭 필요한 배경지식과 공통적으로 연구에 필요한 방법론 및 나의 연구 분야가 속한 학문분야에서 거시적으로 알아야할 것들을 맛볼 수 있는 시간이다. 학교에서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수업들을 통과 하지 못하면, 박사가 되기 위한 기본 소양과 능력이 없는 것이므로, 학위 과정을 그만 두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나는 2009년 가을에 입학을 해서 2014년 봄, 그러니까 5년 만에 턱걸이로 수업과정을 통과했다. 하지만, 대학원 생활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위과정을 포기할 정도로 수업 때문에 고민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혹시라도 대학원 수업 따라가는게 큰 문제가 아니라서, 나처럼 박사과정을 그만 두어야 하나라는 고민을 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라면, 굳이 아래 나온 나의 이야기를 읽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길어서 지겹기도 하고, 별로 재미 없을 수도 있다. 대신, 수업이 어려워서 고민하고 있는 대학원생이나, 수업 때문에 고충을 겪고 있는 혹은 겪었던 대학원생을 이해하고 싶은 지도교수라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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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09년 가을에 박사과정을 시작했는데, 수업 과정을 2014년 봄 학기 때 겨우 마쳤다. 5년이 걸린 셈인데, 중간에 1년 휴학한 시간을 빼더라도, 수업과정을 모두 마치는데, 4년이 걸렸다.


들어야 할 7개의 전공 과목 중, 4과목은  Core courses라 불리며, B+이상의 성적을 무조건 받아야 하는 과목들이다. Core 수업의 경우, 반드시 중간, 기말 고사 등의 필기 시험 (Written Exam)을  봐야 한다. 내가 추측 생각하기로는, Core 수업제가 존재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들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1) 컴퓨터 전공 박사과정 학생이라면, 반드시 어느 정도 수준의 중요 분야 배경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학부에서 중요분야들을 다음과 같이 구분하였다. 'Artificial Intelligence', 'Data, Knowledge and Information Management', 'Networking and Computer Science', 'Software and Applications', 'Theoretical Computer Science', and 'Vision and Graphics'. 사실 Operating System (OS) and Computer Architecture (CA) 같은 분야가 하나 더 추가 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긴 하는데, 좀 터무니 없는 생각일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우리학교에 OS나 CA를 전문으로 하시는 분이 안계셔서 그런 것 같다. Network을 하시는 교수님들 중에 OS를 하시는 분은 계시는 것 같긴 하지만, Top-level 수준의 OS 교수들은 없는 것 같다. 아무튼, 이 6개의 큰 분야 중, 각 분야별로 지정된 수업들을 4개 들어야 한다. 그러니까, 2분야의 수업을 안들어도 상관이 없다. 대신, 반드시 한 분야의 수업, 예를들면, 알고리즘 같은, Theoretical Computer Science 분야의 수업을 들어야 한다. 연구를 하다보면, 새로운 알고리즘을 개발할 수 밖에 없는데, 내가 만든 알고리즘이, 빨리 돌아가고 (시간 복잡도가 낮고), 수학적으로 타당한지 증명을 해야하는데, 이런 내용들을 알고리즘이나, Theoretical Computer Science 분야의 수업에서 배우게 된다.

(2) Core 수업의 필기시험을 통해, PhD Qualification Examination (박사자격시험)의 Written exam이 대체 된다. 이 부분은 우리 학부 만의 독특한 제도 인 것 같다. 퀄(Qual) 시험이라 불리는 박사자격시험은 보통 수업 과정이 끝나면, 따로 시간을 내어서 Written exam을 봐야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 학부에서는 Core 수업의 필기 시험으로 대체 된다. 대신, 모든 Core 과목에서 B+이상의 학점을 얻어야 한다. 이 제도는 연구에 더욱 집중하라는 박사과정 학생들을 배려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생각된다. 비록 시간이 많이 걸리긴 했지만, 이런 제도가 아니었다면, 어쩌면, 나는 자격미달로 박사과정을 그만 둬야 했을지도 모를 일...


1학년 첫 학기 때, 어려운 수업은 먼저 듣자는 각오로,  Theory 분야의 Core 수업인 고급 알고리즘 과목을 먼저 수강했다. 그런데, 아뿔싸,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내용이 어려웠고, 3주 마다 한 번씩 나오는 숙제는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풀기가 어려웠다. 학기 초라 아는 중국인 친구도 없어서, 한달 동안 혼자 끙끙데다가 결국에는 Drop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지도교수님께서 시키신 연구 작업들도 있고 그래서, 일단 연구에 집중하자며, 스스로를 달래며 다음 학기를 기약했다. 대신 다른 Core 수업 하나와 Core가 아닌 전공 과목 하나, 그리고 영어와 학부 세미나 수업을 들었다. 아무래도 첫 학기라, 에너지가 넘쳐 났는지, Drop한 과목을 제외하고는 그럭저럭 수업을 잘 따라 갈 수 있었다.


2학기 때는, AI쪽 Core과목 하나와 Core가 아닌 전공 과목을 들었는데, 확실히 수업이 수학적인 증명이 필요한 문제가 많이 나오는 과목은, 시험에 약한가 보다. 결국 Core과목을 B+를 넘지 못하게 되는 애석한 일이 벌어졌다. AI의 경우 최종 성적이 Written Exam 50%,  프로젝트 50%로 이루어 지는데, 프로젝은 100점 만점에 90점 정도의 점수를 받았는데, 시험은 여전히 힘든 것이었다. 이 때 부터, 본격적으로 수업조교(TA)와 다양한 연구 작업을 병행했다. 시간과 체력의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그리곤 2년차 첫 학기를 맞이 했다. 아마 수업 수강의 측면에서는 아마 최악의 학기가 아니었나 싶다. 3개의 Core 수업을 신청해서 수강을 했는데, 그 중 두 과목이 Machine Learning과 고급 알고리즘으로, 수학적인 배경이 많이 요구 되는 과목이었다. 나머지 Core 과목은 수업도 어렵지 않고, 시험도 어렵지 않았던, 데이터베이스 과목이었다. 학기가 끝난 후, 어떠한 과목도 B+를 넘지 못했고, 두 과목은 도저히 따라 갈 수 없어 포기를 하는 바람에 F를 맞았다. 감당할 수 없으면 중간에 Drop을 했었어야 했는데, 이 번에는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며, 배수의 진을 친게 화근이었다. 또, 이 때 본격적으로 첫 논문을 쓰고 있는 때 였는데, 연구에 집중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수업을 소홀히 하게 됐다. 결국, 수업과 연구라는 두 중요한 일에 대해 균형을 맞추지 못한 것과, 수학 배경이 부족하다는 점이 이런 처참한 결과를 가지고 왔다.


변명으로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수학 배경이 부족한 부분에는 이유가 좀 있다사실 나는 인문계 문과 계열을 졸업했다. (오금고를 나왔는데, HOT 강타가 우리 옆 반 이었다;;) 대학교 학부는 경영경제학부 출신이다. 내가 대학을 다닐 때, 한국의 모교(한동대)에서는, 전교생이 필수로, 전산을 부전공으로 하거나 전산실무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그래서, 1학년 때, C programming 수업을 필수로 들었어야만 했는데, 그 것이 인생 진로를  이렇게 바꿀 줄 누가 알았겠는가? 나는 문과 출신이었기 때문에, 2학년 때 자연스럽게 전공을 국제학과 경영학으로 정했다. 하지만, 프로그래밍의 희열을 무시할 수 없어, 결국 경영과 전산으로 전공을 변경하게 되었고, 대학원 석사 과정부터 완전히 전산으로 전향했다. 사실 경영경제학부에서도 수학을 공부한다. 학부 때 경영경제수학이라는 과목을 수강했는데, 재밌기도 했고, 시험도 나쁘지 않게 보았다. 그런데, 전산 분야에서 하는 수학은 많이 다르다. 경영경제수학에서는 복리계산 관련 문제나, 미분/적분 위주 였는데, 전산에서는 Linear Algebra와 증명 등이 매우 중요하다. Linear Algebra는 백터, 스칼라 등 행렬을 다루는 과목인데, 나는 고등학교 때 배운 문과 수학에서 배운 행렬 지식이 전부였다. 그리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박사과정을 시작하기까지, 수학을 접하지 못한 7년 이란 긴 공백도 있어서, 내가 할 수 있는 수학 수준이, 4칙 연산 밖에 할 수 없는 산수 수준같이 느껴졌다.


수업에 취약한 다른 이유로는, 수학 배경이 부족한 부분 이외에, Written exam에도 별로 능숙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숙제나 프로젝트와 같이 충분히 시간을 두고 할 수 있는 것들은, 다른 학생들과 비교해서 뒤쳐지거나 하는 부분은 별로 없었다. 프로젝트는 대개 좋은 점수를 받았는데, 유독 시험은 평균 이상을 넘기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학부 때는, Written exam을 곧 잘 보곤 했는데, 30이 넘은 후 부터는, 나이 탓인지, 머리도 빨리 빨리 안돌아가고, 시험을 보면, 늘 항상 시간이 부족했다. 어느 순간에 시험보는 요령을 잃어 버린 것 같은데, 이 것은 아무래도, 내 뇌 구조가 기계적인 코딩에 적응해서 그런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프로그래밍을 하게 되면서, 굉장히 안좋은 버릇을 갖게 됐다. 모든 프로그래밍 언어는 컴파일(compile)이나 인터프릿(interpret)의 과정을 거친다. 프로그램을 짜고, 실행을 하면, 컴파일이나 인터프릿 과정에서 문제점이나 버그가 오류를 통해 드러나게 되어있다. 그러니 실수를 해도, 컴파일이나, 인터프릿 과정에서 버그를 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 Try and Error를 반복하며, 프로그래밍을 하는 것이다. 좋게 이야기 하면, 이런 저런 테스트를 거쳐가며 프로그램을 짠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원시적인 Test-Driven Development라고 할 수 있으려나), '어느정도 짜고 문제 생기면 고치면 되지' 라는 피동적인 프로그래밍 습관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습관이 다른 모든 문제 해결 과정에서도 나타났다. 숙제나 프로젝트는 그런식으로 문제를 해결해도 시간적인 문제는 없겠지만, Written exam은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사이에, 모든 문제를 다 풀어야 한다. 이런 저런 시도를 하면서 문제를 풀 여유가 없는 것이다. 이런 부분이, 중간/기말 고사에서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한 이유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한다.


어쨋든 2년차 첫 학기를 보내며, 통과 못하는 수업을 듣느니, 연구에 더 집중해서 논문이라도 쓰자는 마음으로, 2년차 두 번 째 학기에서는, 1학년 2학기 때 B를 맞아 통과하지 못했던  AI 수업을 재수강 했다. 우리 학교는 이런 저런 제약들이 많아, 재수강은 박사과정 중 딱 두 번 밖에 할 수 없다. 만약에, 본인이 수업에 능숙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학교 규정을 미리 잘 파악해서, 수업계획을 잘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 아마 이 규정을 미리 확인하지 못했다면,  꼭 들어야 할 Core과목을 재수강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다행이 AI는 한 번 들었던 수업이었고, 시험도 쳐본 경험이 있어서, B+를 맞고 통과를 했다. 프로젝트 점수를 95점 이상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B+밖에 못 받은 것은, 여전히 시험을 그렇게 잘보지는 못했나 보다. 시험 보고 나오면서, 지난번 보다는 잘했다며, 거뜬히 A는 넘을 거라고 자신했는데 말이다.


벌써 이렇게 2년이 지나갔고,  수강해야 할 Core 과목은 2개가 남았다. 어려운 과목을 먼저 해치우자며, 3년차 첫 학기 때, Theory분야 과목 중 하나인 Combinatorial Optimization수업을 들었다. 다행이 3년 차가 되니, 한국 박사과정 학생들도 몇 명 생겨서, 함께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숙제도 함께 토의하면서 하고, 모르는 것 있으면 많이 물어보기도 했다. 배운 것도 많았다. 그런데, 문제는 내 수준이 문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풀수 있을 만큼, 배운 내용들이 잘 정리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부족한 수학적 지식이 문제 푸는 과정에서 논리적인 진행을 막았다. 그래서, 중간고사를 맨붕 상태에서 거의 백지를 내고 왔다. 중간고사 결과를 나누어 주시는 날, 수업 교수님께서 나를 따로 부르셨다. 수업도 안빠지고 열심히 나오는데, 왜 시험을 못 보는지 궁금해 하셨나 보다. 그래서, 나의 상황을 솔직하게 이야기 했다. '수학 배경이 부족하고, 오랫동안 공백이 있었다. 그래서, 수업을 소화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Drop기간이 지났는데, 혹시 Drop을 할 수가 있는지' 여쭈어 봤고, 많이 도와 주셨다. 하지만 학교 규정상 Drop할 수 없어서, 끝까지 수업은 참여 하기로 하고, 다음 학기를 기약하라고 조언을 주셨다. 대신, 다음 해 이 수업을 재수강 하기 전에, 학부 기본 알고리즘 수업을 청강하라고 하셨고, Linear Algebra도 공부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그 다음 학기에는 학부 과목인 기본 알고리즘 과목을 청강했다. 물론 시험은 보진 않았지만, 수업을 따라가기가 어렵지 않았고, 재밌기도 했다. 대학원 수업이 확실히 어렵긴 어렵나 보다.


2012년 가을 부터는 1년 동안 휴학을 하여서, 수업을 듣지 않고 연구를 하였다. 그러면서, Linear Algebra공부도 간간히 하며, 2013년 가을 학기를 준비했다.


2013년도 가을에 개설한 Theory 수업도, Combinatorial Optimization이었다. 대학원 등록기간 내에, 2번의 재수강 기회 밖에 없는데, 이미 앞에서 AI 재수강으로 하나를 썼고, 나머지 하나 남은 재수강 기회였다. 정말 이 번이 마지막 기회라 생각을 하며, 수강신청을 했다. 그래서, 2013년도 가을 학기는 연구도 자체적으로 올스톱하고, 모든 시간을 저 수업 하나에만 집중 했다. 수업 들어가기 전에, 미리 예습도 하고, 수업이 끝난 후에는, 복습도 빠지지 않고 했다. 수업시간에 필기한 내용을, 아래 그림 처럼, 구글doc에 정리해가며, 처음부터 끝까지 수업 내용을 이해하려고 무진장 애를 썼다.


복습노트복습노트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은 친구들한테 물어보기도 하며, 숙제도 함께 토론해 가면서, 수업을 통해 가르치려고 하는 내용들을 점차적으로 소화할 수 있었다. 첫 중간 고사에서, 70점대 점수를 맞았는데, 평균을 넘지는 못했지만, 한 문제는 착각을 해서 오답을 제출했고, 한 문제는 시간이 모자라서 풀지 못했다. 몇 년 전과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을 한 것이었고, 중요한 것은, 내가 수업 내용을 이해하고 문제를 풀 수 있었다는데에 있었다. 비록 실수와 필기 시험에 익숙하지 못한 점 때문에, 평균보다 낮은 점수를 받게 되었지만, 배운 것이 많았고, 문제와 해답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은, 큰 자심감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머리 좋은 중국인 대학원생들의 벽은 넘기가 힘들었다. 기말고사도 결국 평균을 넘지 못했고, 마지막에 최종 점수 정보를 가지고 등수를 매겨 보니, 뒤에서 10등 정도 했던 기억이 난다. 이 등수를 가지고, 내가 과연 B+를 넘을 수 있을까라는 염려를 하며, 2013년 연말을 보내고 있었다. 심지어, 수업 교수님께, 내가 최종 점수가 이런데, 과연 B+를 맞을 수 있을까라는 문의 메일도 보냈는데, 최종 성적은 며칠 뒤에나 나온다며 기다려 보라고만 하셨다. 성적을 기다리던 시간은, 그 때까지 대학원 생활을 했던 수년의 시간보다 더 힘든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예상하셨겠지만, B+의 성적을 받고, 당당히 그 수업을 패스 했다. 평가 자체가 절대 평가여서 그런지, 수업 교수님께서, 학생들이 어느 정도의 문제 풀 소양이 된다고 생각을 하시면, B+를 주셨던 것 같다. 이 수업을 통과한 기쁨이, 대학원 생활 내내 어떤 시간보다 기쁜 시간이었다. 학회 논문이 Accept 됐었을 때 보다 더 기쁜 시간이었다. B+를 받고 나서, 수업 교수님께 감사하다고 메일을 드리니, 축하한다며 되래 격려해 주셨다. 아마, 몇 년 전에 이 수업을 처음 들었을 때 수업 교수님의 관심과 격려가 없었다면, 이 힘든 시간들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Combinatorial Optimization 수업을 듣고 내가 얻은 더 큰 배움은, Computer Science의 꽃 분야 중 하나인, 알고리즘 분야의 큰 그림을 이해하고, 시간이 충분히 주어 진다면, 알고리즘의 수학적인 분석과 증명들을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는 것이다. 행복한 대학원생 되기 2편에서 3단계에서 찾은 문제를 해결할 때, 수업시간에 배운 Maximum Weighted Bipartite Matching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내가 만든 어프로치를 더 탄탄하게 할 수 있었다. 해당 알고리즘을 이해하고, 또 알고리즘을 구현한 툴을 이용하여 나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된것이다. 아마 이 수업이 아니었더라면, 해당 알고리즘을 실제 문제 해결에 적용하여 풀 수 있는 능력을 배우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해당 알고리즘을 이용한 이 논문이 소프트웨어 공학 최고의 학회 중 하나인 ESEC/FSE에 Accept이 되는 기쁨도 얻었다. 비록 넘사벽의 중국인 학생들로 인해, 수업에서는 낮은 등수를 받긴 했지만, 등수는 상대적이고, 배움의 가치는 절대적이란 사실을 확인했다!


2013년 가을 학기, Combinatorial Optimization 수업을 들으면서, 한 가지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부분은, 지도교수님께는 여전히 제일 중요한게 학생들이 좋은 연구를 많이 하는 것 이외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는 것이었다. 매주 Progress Report를 써서 교수님과 같은 랩의 대학원생들과 공유를 하는데, 그 학기 나의 Progress Report에는 연구 관련 내용은 거의 없었다. 지금 돌아보면, 5년차 대학원생이 연구 성과 없이 수업에만 집중하는 것은, 지도교수님 입장에서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건 사실 너무 당연한게 아닐까 싶다. 지도교수님께, 내게 지금 이 수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여러번 알려드렸고, 또, Progress Report에 수업에 집중하고 있다는 둥 시험이 있다는 둥 할 때 마다, 미팅을 취소하셔서, 나는 나의 상황을 교수님께서 잘 배려해주신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었다. 하지만, 기말고사 후, 연구성과가 없으면, 미팅을 하지 않는다고 이야기 하셨던 부분과, 내가 교수님 말을 잘 안듣는다는 것과, 또 연구성과가 없으면, 우리 연구실에서 계속 연구를 할 수 없다는 경고성 메일을 받고는, 내가 착각을 했었구나 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나는 이 수업을 통과 못하면, 박사과정을 그만 두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만약, 연구에 집중에 해야 한다며, 수업에 올인하지 못했다면, 아마 평생 연구를 못하는 상황을 당하지 않았을까 싶다. 올인을 했어도, 뒤에서 10등 안에 들고, 평균도 넘지 못하는 처지였으니 말이다. 자신의 처지는 자신이 제일 잘 안다. 지도교수가 학생들이 좋은 연구를 더 많이 하도록 지도하고, 격려하며 때로는 쓴소리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쓴소리 듣더라도, 포기하면 안되는 선택들이 있다. 그런 선택들 때문에, 다른 부분에 오해가 생기거나 졸업이 지연되고, 연구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더라도, 그건 본인이 감당하고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결국 나의 처지를 잘 아는 사람은 나이기에, 절대 포기하면 안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 어려움과 불편함이 오더라도 포기하면 안된다. 나에게는 계속적인 박사과정을 위해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 바로 2013년 가을 학기, Combinatorial Optimization 수업이었다. 이 수업을 통과하지 못하면, 수업요건 미달로, 박사과정을 지속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통과하지 못하면, 그 누구도 해결해 주거나 도와줄 수 없는 문제였다. 그러니, 절대 포기하면 안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 누구한테도 휘둘리지 말자.


드디어 2014년 봄학기...마지막 Core course인 Network 수업과, TA (수업조교), 연구를 병행하여, 결국 B+로 Network과목을 통과했다. 이로서 모든 수업 요건을 만족하게 되었다. 정말 딱 5년이 걸렸다. 아마 대학원 수업을 이렇게 긴 시간에 마무리 한 사람은 찾기가 드물지 않을까? 나의 이야기는 어쩌면 굉장히 부끄러운 이야기 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딘가에서 수업 때문에 고민하고 염려하는 사람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고, 절대로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대학원 수업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수업 요건을 잘 충족하기 위한 몇 가지 팁을 드리자면, 다음과 같다.

(1) 수업 관련 학교 규정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혹여나 규정을 몰라서, 수업요건을 충족할 기회를 잃어 버린다면, 기회를 다시 얻기 불가능 할 수도 있다.

(2) 최악의 상황에는, 연구에 대한 부담을 뒤로 하고, 수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배짱이 필요하다. 대신 수업에만 집중해서 발생되는 후의 일(졸업지연이나 연구에 대한 부담)은 본인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이런 부담이 있겠지만, 대학원 생활을 계속하고 싶다면 배짱있게 행동하라.

(3) 절대 수업을 빼먹지 말고, 최선을 다하라. 배운 것이 많으면, 결국 좋은 연구를 위한 밑거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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