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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ove Story
[영화] 뷰티 인사이드 본문
사람마다 영화에 대한 취향이 다 다를 것이다.
나는 전쟁 영화나 SF를 좋아하고, 대체로 로맨스 영화, 특히 신파극이나 신데렐라 류의 로맨스 영화는 좋아하지 않는데, 로맨스 작품 중 설레임 같으면서도 마치 그 감정이 가슴 아린 느낌을 동시에 주는 작품들은 좋아하기도 하고 유난히 기억에도 오래 남아있다. 여기에 살며시 미소 지을 수 있는 코믹 장면 몇 개 있으면, 나에게는 최고의 로맨스 작품이 아닐까 싶다.
인상 깊었던 로맨스 작품을 들자면, 도쿄맑음, 오버더레인보우, (영화는 아니지만) 연애시대, Her 등이다. 노팅힐을 보다가 중간에 상영관 문을 박차고 나왔다고 이야기 하면, 어떤 류의 로맨스 영화를 좋아하는지 충분히 이해 하시리라 본다.
(스포일러 주의!)
도쿄맑음은 한 사진사가 아내를 끔찍히 사랑하는 마음, 너무 사랑해서 혹시라도 잃어버릴까 노심초사하는 심정을 잘 그려냈다. 결혼 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짝사랑 하듯 애태우는 남편의 마음과 행동이 영화의 백미이다. 아마도 누군가를 혼자 애타게 좋아했던 내 경험들이 영화에 많이 투영이 되어서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 예상과는 다르게 전개되는 스토리 라인도 좋다. 한적한 시골 이발관에서 이발하고 면도를 하다가 깜빡 잠이든 주인공 손님, 그리고 자는 손님을 미처 깨우지 못하고, 같이 주무시는 이발소 할아버지, 근데, 그 할아버지가 주무시다 시원하게 방귀 끼는 장면이 있는데, 전혀 예상 못한 곳에서의 웃긴 장면이라 빵 터질 수 밖에 없었다. 진지한 사람이 예상도 못한 유머를 보여 줬을 때, 빵 터질 수 밖에 없는 것과 같은 이유인 것 같다. 그래서 영화를 본지 십 년이 지났지만, 기억을 하고 있나 보다.
오버더레인보우는 예상할 만한 스토리 라인이라 좀 그렇지만, 유난히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있다. 장진영과 정찬이 갈등하며 대화하는 장면...언성이 높아지는 동시에 물이 끓으면서 주전자의 소리도 점점 커졌던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었던 것 같다. Rain drops keep falling on my head 라는 노래에 춤을 추며 일기예보 하는 이정재의 연기도 최고...한 동안 저 노래 음을 반복해서 흥얼거렸었다.
연애시대는, 결혼했거나 연애하는 사람이라면, 꼭 봐야 할 바이블과 같은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꽤 여러 번 봤다. 연애 하기 전에, 결혼 전, 결혼 후...볼 때 마다 배우는 게 달랐다. 공형진과 이하나의 코믹연기는 정말 일품 ㅎㅎ
Her는 로맨스 영화라기 보다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외로움과 관계에 대해, 공감 가는 소재로 잘 묘사 했다. 컴퓨터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거기에서 나오는 IT 기술들이 멀지 않은 미래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하기에 몰입도가 더 컸던 것 같다. 그 영화를 본 이후로, 내 폰 벨소리는 영화에서 나온 그 것과 같다. 참고로 이 영화는 19금이다.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잔잔한 음악과 주인공들의 독백, 진짜 커플 사이에 오갈 수 있는 현실적이고 솔직한 대화들이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런 연출 요소들이, 설레임 같으면서도 가슴 아린 (내가 좋아하는) 이 감정을 느끼게 해준 게 아닌가 싶다.
최근에, 정말 오랜 만에 이런 감성을 느끼게 해준 로맨스 영화를 봤다.
뷰티 인사이드…
전단 후면 from maxmovie
잘 생긴 남자 배우들이 나올 때만 중요한 장면들이 나온다며, 뷰티 아웃사이드라고 비꼬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매일 매일 일어나면 다른 사람으로 바뀐다는 환타지 소재가 신선했다. 또, 한효주가 여자 주인공으로 나온 영화라 말들이 많았지만, 연애시대의 손예진을 보는 것 같아 개인적인 생각으론 좋은 캐스팅 이었다고 생각한다. 뭇 남성들이 좋아라 하는 머리카락이 길고 얼굴 하얀 여자...ㅎㅎ (영화에서 주인공 친구 상백이가 그렇게 인사를 했더랬다…) 환타지 소재를 어떤 식으로 풀어갈까 궁금했었고, 혹시라도 영화가 이상하게 흘러가는 게 아닐까 염려도 되었지만, 자연스럽고 현실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매일 다른 사람으로 모습이 바뀐다는 환타지적 요소가, 연애하는 과정 혹은 결혼 생활 중,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사랑하는 사람의 새로운 모습을 알아가는 과정의 메타포 라고 한다면 너무 억지인 걸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다 보면, 어떨 때는 아이가 되기도, 어떨 때는 아빠/엄마가 되기도, 어떨 때는 친구, 어떨 때는 오빠/누나/동생, 어떨 때는 노인이 되기도 하지 않는가?
이런 점에서, 뷰티 인사이드는 환타지 로맨스 이기는 하지만, 어떤 로맨스 보다 현실적인 영화가 아닐까 싶다. 주인공인 우진이가 이수에게 결혼하자고 이야기를 했다. 이수는 그 말을 듣고 생각이 많이 복잡해 졌는지, 집에 돌아가는 길에 차를 세우라고 한다. 그리곤, 결혼을 하려면 생각할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라고 읍조리 듯 이야기 한다. 우진이는 됐다며, 차는 다시 출발하고, 엔진 소리만 점점 커진다. 마치 평행한 차 바퀴가 절대 만날 수 없듯이, 한 점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평행선을 그리는 대화...우리가 또 연인들이 하는 대화가 아닌가? 이런 우리네 모습을, 환타지적 요소의 현실적 연출로 잘 풀어낸 좋은 로맨스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 속 마지막 우진이로 유연석이 나온다. 돌아보니, 영화 내내 나왔던 나레이션 목소리가 유연석 목소리 인 것 같다. 모습은 매일 다르지만, 결국 한 사람이고, 같은 사람임을 강조 하듯이...
무엇보다 영화를 더욱 돋보이게 한 것은 아름다운 영상이다. 심도 깊은 인물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배경이 날라가고 배우들 얼굴에 클로즈업된 영상들이, 마치 내가 뷰파인더를 보고 사진찍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어서 더욱 영화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었다. 아마 감독이 CF 감독 출신이라, 아름다운 화면을 잘 연출한 게 아닐까 싶다.
백감독이 영화에 다 담지 못한 이야기를 포토에세이 북으로 출간도 했다. 아름다운 영상들을 사진으로 담은 책이라, 작품이라 생각하고, 구글 플레이 북스에서 구매를 했다. 오프라인 책은 만원이 넘는데, e북은 8000원 정도 였던 것 같다. 영화의 전반부에 나오는 독백은 대부분은 우진이의 독백인데, 책에서는 장면 장면 마다 이수의 독백도 읽어볼 수 있다. 영화가 맘에 드는 사람은 포토 에세이 북을 읽어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듯 싶다. 책에 적혀 있는 사진 과 글 중, 편집된 장면의 사진과 내용도 조금 있긴하지만, 대부분은 영화의 대사와 별반 다르지 않다. 포토 에세이 북이다 보니, 서점에 가서, 그냥 읽으면 30분이면 다 읽을 수 있을 수 있으니, 내용이 궁금한 사람은 서점에서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책으로 영화를 기억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책을 소장하는 것도 괜찮은 듯 싶다.
가끔 마음이 지루하고 답답할 때, 마음 리셋용으로 다시 돌려보기 좋은 영화...뷰티 인사이드
날도 추운데, 차 한 잔 마시면서, 20대 때의 감정적인 사치를 기억하며 누리기 좋은 영화라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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