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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과 블록체인에 대한 단상

Lifove 2018. 2. 2. 17:09

비트코인하고 블록체인하고 궁금해서 인터넷 서핑하면서 생각을 좀 정리해 보았습니다.

이 주제에 대해 관심 없다가, jtbc 토론회 보면서 상황을 대충 이해했습니다. 비트코인 관련자들이나 옹호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기술로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와 책임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하고 있는지 의문이에요. 토론회를 봤을 때 사회적 문제의 심각성을 가벼이 생각하는 것 같았고, 이런 상황에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을 지나치게 미화하는 것 같아 사기꾼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블록체인 기술 자체는 특별히 새로운 게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P2P는 일반적인 네트워크 용어이고, 탈중앙화를 통한 원본 보존은 여기 저기에서 많이 쓰이는 개념이고요. 제가 매일 같이 사용하는 git은 탈중앙화가 특징인 응용 프로그램입니다. 아주 멀리까지 가면, 조선시대 역사기록이 적힌 책을 보관하는 사고를 여기저기 둔 거랑 비슷한 개념으로도 볼 수 있으니 전혀 새로운 건 아니죠.

대신 검증된 블록을 성공적으로 만들었을 때 그 대가로 코인을 지불하는 채굴이라는 개념이 새로운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현재 채굴이라는 과정은 엔지니어링의 관점에서 굉장히 비효율적인 기술입니다. 동시에 여러 개의 블록이 생성되는 것을 막기 위해, 채굴 난이도를 자동화 알고리즘을 통해 조절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채굴을 일부러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채굴을 일부러 어렵게 만들기도 합니다. 성능 좋은 장비를 가진 채굴자가 많아지면, 동시에 여러 개의 블록이 생성될 확률이 높을테니 난이도가 많이 높아 지겠죠. 난이도가 높아지면 장비들이 열심히 일을 해야하기 때문에 어마무시한 전력 사용으로 인한 자원의 낭비가 생깁니다.

제가 이해한 바로는 사람들이 말하는 블록체인 기술의 핵심은 채굴을 가상코인으로 보상하는 생태인데, 이것은 그냥 생태이지 기술은 아닌 것 같습니다. 비약일 수 있겠지만 쉽게 이야기 하면 예전에 싸이월드에 홈피 스킨을 만들어서 팔면 도토리로 사는 수준의 생태요. 그 당시 순수 가상 컨텐츠를 돈을 주고 산다는 게 익숙하지 않았지만, 실제 사람들이 가상 컨텐츠를 돈을 주고 사는 게 신기했고, 인터넷 세상의 참신한 수익 모델이었죠. 지금은 망했지만요. 그때 구매한 도토리와 컨텐츠들도 아무것도 아닌게 됐죠. 그러고 보니 아무것도 아닌게 아니고, 우리 모두의 추억이 됐죠.ㅎㅎ

개인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은 어려운 채굴이 없이도 블록체인을 안전하게 유지/운영하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불필요한 자원의 낭비가 없겠지요. 만약 블록체인 기술이 발달해서 채굴이 아주 간단한 일이 되고 보상이 없어도 되는 상황이 되면 현재의 비트코인 생태 자체가 없어지는 것과 같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이 블록체인 기술의 판을 깐 것은 맞지만, 어려운 채굴을 가상코인으로 보상하는 생태를 계속 유지하려고 한다면, 블록체인 발전은 더 어렵게 될 것 같아요. 채굴이 없이도 블록체인을 안전하게 유지/운영하는게 기술의 진보일텐데, 이렇게 되면 비트코인 생태가 무너질 테니까요.

이런 생각 중에,  steemit.com이라는 블록체인 기반 SNS을 발견했습니다. 양질의 글 작성을 코인으로 보상해주는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 입니다. 이 서비스에서는 비트코인과 같은 무거운 채굴이 없습니다. 블록을 만드는 일은 선택된 증인들에 의해 이루어지며, 코인 보상은 글을 작성하여 컨텐츠를 제공한 이에게 제일 많이 줍니다. 비트코인이 불필요한 채굴에 코인의 가치를 직/간접적으로 부여한 반면, steemit은 양질의 컨텐츠를 제공한 사용자에게 가장 많은 코인의 가치를 부여해 우리가 이때까지 무료로 인터넷에 올렸던 수 많은 컨텐츠들에 대해 보상을 받게 해주는 재밌는 어플리케이션입니다.  Steemit에서 사용되는 코인들도 거래소를 통해 거래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코인 광풍으로  Steemit의 코인도 현재 현물 환산 가치가 안정적이지 못하지만, 양질의 컨텐츠 제공과 그 가치가 시장 원리를 통해 적절히 평가되는 때가 오면 추후에 충분히 안정될 수 있는 서비스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블록체인을 활용하여 글 작성과 그에 대한 정직한 보상이라는 생태를 이루어 갈 가능성이 높은 좋은 어플리케이션이라고 생각됩니다.

이처럼, 비트코인의 무거운 채굴과정 없이, 블록체인에 가담한 장비 중 선정된 일부 장비들만의 공동 채굴 과정만으로도, 블록체인을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 PC나 스마트폰등의 장비 자원을 빌려주는 대가만으로 블록체인 사용할 수 있으면 코인 보상이 굳이 필요없을 겁니다. 똑똑한 개발자들이 많으니 지금의 P2P 기술로 공동 채굴 기술 어렵지 않게 개발 가능할겁니다.  Steemit 같은 식의 블록 생성도 괜찮아 보이고요. 채굴의 난이도가 쉬워지면 steemit 처럼 자원의 낭비도 줄이고 다양한 응용 사례들이 더 쉽게 나올 수도 있을 겁니다. 난이도가 쉬워지면 보안 문제가 커질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도전이 기술을 더 발전하게 만들겠죠. 일단은 블록체인에서 채굴과 그의 보상인 코인을 적절히 떼어내야 이런 일들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론적으로 블록체인 기술 발전을 위해서 비효율적인 비트코인 생태에 집중 할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저도 개발자지만, 부정적인 관점에서 노골적으로 이야기 하면, 비트코인은 개발자들이 컴퓨터 기술을 이용해 가상화폐 만들어서 돈 벌려고 한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 같고요. 대신 비트코인 개발 중에 나온 블록체인 기술의 보안성과 투명성은 정말 높이 평가합니다. 이러한 공익적인 가치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무거운 채굴과 코인에서 떼어내야 극대화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jtbc 토론회를 본 후 이해가 안가는 것들이 있어 아내와 이런 저런 대화를 하다가 좀 싸우기도 했습니다. 또 재미있는 통찰들을 얻기도 했죠. 비트코인 블록체인 2년 전 크기가 70GB 정도라고 합니다. 대용량의 블록체인 장부를 수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다면 이 또한 공간의 낭비가 아닌가 했더니, 아내는 스토리지는 기술 발전으로 저렴해질 수 있으니 별 문제가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문득 든 생각이 인간 세포 하나가 엄청난 용량의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는데, 인간 한 개체에서 같은 유전정보를 가진 세포가 셀 수 없이 많은 것 보면, 기술의 진보로 공간 낭비는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런 것 보면 기술의 발전은 결국 우리 스스로와 자연을 모사해 가고 발전해 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나중에 블록체인들도 다른 블록체인과 교배를 하면서 보안 수준을 더 높이는 뭐 이런 기술도 나오지 않을까 라는 황당한 상상도 해봅니다.

다음은 어떤 개발자가 마이크로소프트웨어라는 잡지에 기고했던 블록체인에 관한 글입니다. 어려운 것을 설명 안해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데이터 구조 수업을 듣고 git을 사용해 본 개발자라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호기심이 있으신 개발자들은 읽어 보십시오.  https://goo.gl/x2LMb7


저는 일개 개발자이며 블록체인 전문가는 아닙니다. 제 글이 진짜 전문가나 의견이 다른 분들에게는 뭣도 모르는 사람의 글로 여겨질 수 있겠지요. 개인적인 단상이니, 그러려니 하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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