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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사회 - 우월감과 열등감에 대한 단상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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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사회 - 우월감과 열등감에 대한 단상

Lifove 2015. 7. 18. 23:38

“OK Google”


언어가 한글로 설정된 안드로이드 기기의 검색바 위젯이 있는 홈화면에서 OK Google이라고 외치면 음성으로 검색이 가능하게 되었다. 누구누구에게 전화 걸기 혹은 앱이름 대고 열기라고 외치면 해당 명령도 잘 수행한다.


화면만 켜면 터치 안해도 검색이 용이해서 여러가지 테스트를 해보다가 무심코 한동대를 말했더니 잘 검색을 해준다.


그런데 연관 검색어에 한동대 수준이란 게 있어서 들어 가봤는데, 무슨 요리 커뮤니티 같은 홈페이지 게시판에, 한동대 수준이 서성한 수준이 되는지? 라는 질문 글이 올랐고, 다양한 댓글들이 올라와 있었다. 급을 매기고 비교하기 좋아하는 그렇고 그런 댓글 들을 버스 안에서 쭉 읽어 내려가다가 빵 하고 터진 댓글이 나왔는데, 결혼정보회사에서 서울대 남자랑 한동대 여자랑 매칭을 안해 줄 거라는 댓글이었다. 한동대 남자가 서울대 여자를 아내로 맞은 나와 같은 경우는 이 사회가 수용하기 힘든 그렇게 상식적이지 않은 일인 것인가 라는 생각과 나를 남편으로 맞이한 아내는 반쯤 미친 사람인가 등등의 생각에 나도 모르게 뻥 하고 터져버린 것 같다.


수 개의 댓글에서 여실히 보여주듯이 여전히 또 분명히 우리 사회는 인생의 가치가 학벌로 평가되는 사회인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출신 학교와 학번을 밝히지 않습니다 라는 특이한 운동도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 운동의 동기가 좋고 중요하지만, 그런다고 문제가 해결될 일은 아닐 텐데 말이다. 오히려 학벌이 중요한 우리 사회에서 이 운동은, 매력 없는 학벌 혹은, 부끄러운 학벌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학벌을 가리는 도구로 전락 되기 쉬운 그런 부작용도 무시 못할 것 같다. 물론 누군가는 이런 강한 목소리를 꾸준히 낼 필요는 있겠지만…


오히려 나는, 자신을 드러내는 많은 정보들이 공통 분모를 가진 다른 누군가를 혹은 나를 필요로 하는 누군가를 이어주는 관계의 끈으로 사용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는데, 이 것은 너무 이상적인 나만의 생각일까?


동문 중에서는 모교를 지잡대로 표현하는 분들도 있는데, 학교가 잘못하는 부분에 대해 비판을 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지잡대라는 단어가 참 싫다. 왜냐하면, 저 단어가 광의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지방대=아무것도 아닌 그냥 잡 대학 이라는 고착화된 의미 때문이다. 예를들어, 서잡대(서울에 있는 잡 대학)이란 말은 어색하기도 하고 잘 쓰지 않는 말이지 않은가? 지잡대라는 단어를 쓰면 쓸 수록, 쓰는 목적과는 다르게, 우리도 모르는 사이, 학벌로 급이 나뉘게 되면서, 학벌이라는 사회 틀 안에 갇혀 버리는 게 아닌 가 싶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학벌 형성 원인은, 좋은 학벌을 가진 사람에게 있는 게 아니라, 좋다고 생각하는 학벌에 대한 우월감 혹은,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학벌에 대한 열등감에서 오는 것 같다. 학벌의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언젠가 성공한 지위에 올랐을 때, 자신보다 좋다고 생각하는 학벌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보다 낮은 지위에 있을 때, 자신의 열등감의 상처가 좋은 학벌의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여러가지 외적 혹은 내적 폭력으로 드러나게 되는 것 같다. 다시 말해 학벌 컴플렉스 같은 것… 반대로 우월감을 느껴본 사람은, 열등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왔을 때, 그 상황을 애써 피하려고 하거나, 신세 한탄을 하거나 분노가 커지고, 우울증에 시달리기 쉬운 것 같다. 결국 우월감과 열등감은, 같은 감정인 것이다. 마치 조울증 처럼...


비단 학벌 뿐만 아니라, 우월감과 열등감은, 다양한 상황 속에서 우리의 삶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형제 혹은 자매 간에서의 우월감과 열등감 가족들 안에서의 비교와 그로 인한 무시당함. 회사 안에서 실적 차이와 비교 등등... 잘했을 때만 칭찬을 듣고 그렇지 못하면 무시하는 분위기 모두 우월감과 열등감에서 비롯된다. 우월감과 열등감에서 비롯된 개개인의 영향력은,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긍정적 부정적 결과를 모두 드러내고 있다. 가끔, 손윗사람이나 손아랫사람이 나를 무시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종종 있는 일은 아니기에, 금방 알아채는데, 본인이야 그런 의도가 없었겠지만, 우월감과 열등감이 강한 성격이나 성품 때문에 아마 자신도 모르게 그러는게 아닐까 싶다. 여자들 같은 경우에는, 명품이나 남편의 사회 지위로 은근히 남과 비교하는 등, 구시대적인 그릇된 “여성"의 가치관이 (남자만 잘 만나면 돼..뭐 이런 식의 교육 및 세뇌?) 지그시 배어있는 사람에게서 이러한 모습들이 많이 드러나는 것 같고, 남성의 경우에는 형이 있는 아우의 경우에 특히 형과 많이 비교를 당했거나, 형에 대한 피해 의식이 있을 경우, 우월감과 열등감에 사로 잡히기 쉬운 것 같다. 형제가 있는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닐텐데, 일단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성품과 성향에, 주변의 성장 배경과 교육 환경이 함께 어우러져, 우월감과 열등감에 민감해지게 되는 것 같다. 남매의 경우는 좀 덜하지 않나 싶은데, 기본적으로 남아선호 사상이 강했던게 그 이유일 거다. (너는 딸이니까, 아들 먼저...이런게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던...) 초등학교 5학년 설 연휴 때였던 것으로 기억이 나는데, 친가에서 명절을 보내고, 외가에 가서 외할아버지께 세배를 드렸는데, 외할아버지께서, 나에게 먼저 세배돈으로 만원을 주셨다. 그리고, 만원짜리 한 장을 더 꺼내드셨는데, 누나"들"에게 주시면서, 농갈라(경상도 사투리로 나누어) 쓰라고 하셨다. 가끔 누나들과 함께 모여 이야기 할 때, 세배돈 관련 이야기가 나오면 이 일화를 웃으며 회상했던게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대학 때, 상담 사역을 하시는 도은미 박사님께서 열등감 치유 관련 특강을 하신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이런 질문을 서두에 던지셨다. “혹시 나는 열등감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한 번 손 들어 보세요?” 나는 속으로 “저요, 저요" 라며 연거푸 외치고 있었는데, 그 때 선배 한 명이 손을 번쩍 들었다… 유일하게, 맨 앞줄에서… (기억으로는 그날 특강이 있던 장소의 2층까지 꽉 차고 자리가 모자랄 정도였다. 그 만큼 우리는 이 문제에 유난히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열등감 없이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 일까? 더 행복해지고 싶어서 일까?...) 도 박사님께서 “왜 열등감이 없다고 생각을 하나?”라고 그 선배에게 되 물으셨는데, 선배 왈, “하나님의 피조물이기 때문입니다.” 그 때 그 상황이 나에게 충격적이라, 아마 아직 까지도 기억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학벌 이야기를 하다가 글이 길어졌는데, 정리하면, 우리를 감정적으로 불행하게 만들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가 있다면, 우월감과 열등감이다. 학벌이나 직업의 귀천을 따지는게 모두 이에서 비롯된다. 몇년 전 스웨덴에서 수학할 때, 놀라운 광경을 본 적이 있었다. 어떤 교수님께서, 비오는 날 학교 건물에 들어오는 중이셨는데, 흙탕물이 묻은 신발을 현관에 있는 발판에서 대충이라도 닦으셔야 하는데 그러지 않으시고 바로 건물 안으로 들어오셨다. 그 광경을 목격한 청소부께서, 교수님께, 신발을 좀 닦고 들어와야지 그러면 어떡하냐고 핀잔을 주셨다. 한국에서는 청소부 아줌마가 교수님께 감히 그렇게 대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다라는 생각에, 놀랍게 다가왔던 것 같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청소부가 자신의 직업에 전문성과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수님은 청소부의 말에 불쾌해 하지 않으시고, 미안해 하시면서, 흙탕물을 잘 닦고 들어오셨다. 청소부의 역할과 사명을 잘 존중해 주셨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광경을 지켜 본 다른 사람들은 비올 때 조심을 할 것이다. 학교는 그 청소부 덕에 청결하게 유지될 수 있을 것이고...  아마 이런 아름다운(?) 상황은 직업의 귀천이 덜한 스웨덴이라는 국가가 가진, 국민성 때문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우리 사회가 학벌을 따지지 않고, 직업의 귀천이 없으며,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자리에서 자기의 재능과 역할에 맞는 직업을 가지고, (그 것이 무슨 일이든) 열등감이나 우월감 없이 자신과 이웃을 위해 살아가는 그런 사회를 꿈꿔 본다. 


내가 존경하는 대학 때 친구가, 한동대를 자퇴하고, 성공회대에 편입을 했다. 이유를 물어보진 않았지만, 나중에 그 이유를 어렴풋이나마 추측할 수 있었는데, 신문에 나온 성공회대 신입생 모집 공고에 나온 문구로부터였다. 정확히는 기억이 안나지만,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리더가 될 수는 없고 대부분의 사람은, 리더를 도와 각자의 자리를 지키면서 사회의 필요한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그들이 사실 사회를 움직이는 진정한 리더라고… 성공회대는, 학생들이 이웃에게 봉사하고 사회를 이끌어 가는 구성원으로 잘 살아갈 수 있는데 필요한 교육을 한다는...  뭐 이런 내용이었다. 다른 대학들이 당신을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게 만들어 주겠다는 광고로 학생들을 모집할 때, 어쩌면 너무 현실적이지만, 성공회대 만의 교육 이념으로 학생들을 모집한다는 저 광고만 봤을 때도, 성공회대가 어떤 대학일지는 어렵지 않게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본의 아니게, 성공회대 예찬이 되버린 것 같다;;;;)


문득 행복의 열쇠라는 곡의 가사가 생각이 난다. "비교는 바보들의 놀이 최선은 우리의 권리 결과는 하나님의 것 감사만이 행복의 열쇠" 대학 1학년 때, 포항공대 합격을 포기하고 한동대에 차석으로 입학한 선배와 같은 방을 썼었는데, 위 가사의 깊은 의미를 나에게 이야기 해준적이 있었다. 그 때는 노래도 가사도 촌스럽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그 의미를 또 의미의 중요성을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사람들이, 성공을 위해, 돈을 더 많이 벌거나 좋은 사람과 결혼을 하기 위해, 투자를 하고 노력하기 보다, 자신이 얼마나 존재 자체 만으로 귀하고 가치 있는 사람인지를 많이 묵상을 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자존감이 높아 질테고, 우월감과 열등감 문제도 사라질테고, 그러면, 모두가 행복한 사회에 더 가까워 질 수 있지 않을까?


예나 지금이나 나는 오늘도 이렇게 이상주의자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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