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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각기동대의 전뇌에 대하여

Lifove 2015.06.17 19:47

고퀄리티 일본 애니메이션 중에, 공각기동대라는 애니메이션이 있다. 여러 편의 극장판과, TV시리즈로 장기간 인기를 얻는 일본 애니메이션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주인공으로 나오는 쿠사나기 모토코 소령(소사)은, 뭇 남성들의 이상형이 될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지금도 무료로 보여주는지 모르겠는데, 오래 전에, 곰TV와 다음 팟TV에서 TV시리즈를 무료로 보여 줬었다. 


http://www.gamemeca.com/feature/view.php?gid=250359그림출처 (http://www.gamemeca.com/)


내가 공각기동대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멀지 않은 미래에 대해, 과학기술, 정치, 사회, 국제관계, 이데올로기, 철학, 종교 등 다양한 분야의 관점들을 구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다양한 분야의 상식이 부족하면, 한 번만 보고는, 애니메이션의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


공각기동대의 가장 중요한 소재 중 하나가 전뇌이다. Cyber Brain이라 불리고 Electronic Brain으로도 부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인간의 두뇌를 몸과 분리시켜, 전자 장치화 하는 것이다. 유/무선으로 다른 사람들과 네트워킹도 가능하고, 전자 장치화 한 상태로 우리 몸과 연결이 되어, 일상처럼 생활도 가능하다. 네트워킹이 가능하다 보니, 전뇌가 해킹을 당하면, 내 눈의 시각정보를 해커가 볼 수 있는 이런 기상천외한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렇기 때문에, 전뇌화가 보편적으로 자리잡게 되면서, 전뇌 해킹 금지법 등도 제정되어 있다. 만화이지만, 이런 탄탄한 구성력 때문에, 현실감이 있다. 아내가 IT정책을 전공한 사람이라, 전에 IT정책이 뭐하는 전공이냐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 때, 예를들어 해줬던 이야기가, LTE 기술이 도입이 될 때, 주파수 대역을 통신업체에 어떻게 분배/판매하고 가격을 책정해야 하는지 또, 관련하여 법에 어떤 항목들이 들어가야 하는지 등을 연구하는 분야라고 이야기를 해주었었다. 새로운 기술이 사회에 도입이 될 때, 이런 과정들을 필히 거쳐야 하는 거라면, 애니매이션 내의 설정도 그렇게 현실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전뇌화가 가능해지면서, 함께 발전한 기술이, 의체화 기술이다. 인간의 몸은 노화가 되거나 암 등의 질병으로 인해, 결국에는 죽게 된다. 전뇌는 뇌각 자체를 모듈화 하여 생명유지 장치를 연결한 것이기 때문에, 산소의 공급 등 생명유지 장치가 잘 작동을 하면 뇌가 그 수명을 다할 때 까지는 살아있을 수 있다. 그래서, 전뇌가, 신경들로 연결이 되는 모든 기계장치를 제어할 수 있게 된다. 전뇌랑 연결되는 기계장치라면, 그게 로봇의 몸이든 전차든 의체가 될 수 있다.


2002년도에 나온 Stand Alone Complex (S.A.C.) 1기의 2화, 전차의 반란 (Testation)을 보면, 전뇌화에 대한 종교적/실리적 이야기가 나온다. (스포일러 주의!) 난치 병을 가지고 있는 전차(인공지능 탱크) 전문가가, 종교적인 이유로 전뇌화를 반대하는 부모님 때문에, 결국에 그 난치병을 치료하지 못하고 죽게 된다. 전뇌화 후 의체를 이용하면, 육체의 병이 해결됐을 텐데 말이다. 그래서 그랬는지, 죽기 전, 동료에게 자신의 뇌를 전뇌화 해서 자신이 만든 전차에 연결해 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동료가 친구의 전뇌를 전차에 연결하게 된다. 전차 전문가의 전뇌가 연결된 전차는, 통제없이 훈련장을 빠져나가 자신의 집으로 향한다. 그래서, 공각기동대인 공안 9과가 해당 전차를 막는다는 이야기가 2화의 주요 줄거리이다.


2화의 이야기에서, 전뇌화 시대가 되어도, 종교적인 이유로 전뇌화를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는 설정은, 종교적인 이유로 수혈을 받지 않는다는 요즘 시대의 예와 연결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전뇌화를 통해, 병든 육체를 대신 할 수 있는 의체를 통해, 인간의 생명을 연장할 것인가, 아니면, 있는 그대로 살아갈 것인가라는 종교적이고 철학적이며 윤리적인 부분까지 애니메이션은 세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전뇌화가 보편화 되면서, 전뇌경화증이라는 새로운 질병의 발생을 소재로 사용한 것은 빈틈없는 설정이었다. 전뇌경화증은 전뇌화의 부작용으로, 뇌가 점점 굳어가는 질병이다. 백만분의 일의 비율로 걸리는 신종 질병이다. 20세기 사망원인이 되는 질병이 암 등등이 있듯이, 새로운 과학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부분은,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생각된다. Stand Alone Complex (S.A.C.)에서 전뇌경화증은 전체 스토리 진행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런 부분을 보면, 공각기동대는 SF 애니메이션을 넘어, 실제 미래 사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는 미래 애니메이션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 미래 사회에 발생하는 정경유착, 감시, 부정부패 등의 범죄와 전쟁, 테러등을 대처하는 과정에서, 주인공들이 내 던지는 사회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애니메이션이기도 하다.


전뇌화와 관련된 또 다른 인상 깊었던 화는, Stand Alone Complex (S.A.C.) 12화에 나온, 영화감독의 전뇌 이야기 였다. (스포일러 주의!) 생명유지 장치만 있으면, 전뇌화 된 뇌각 하나만으로도 살아갈 수 있는데, 어떤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무명 영화 감독이, 자신의 뇌를 전뇌화하여, 일종의 영화관을 만든 것이다. 그래서 그 전뇌에 접속을 하면, 그 감독이 만든 영화를 가상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전뇌화한 관람객들이 그 영화관에 접속만 하면, 빠져나오지 않고, 계속 그 안에만 머무르는 일이 발생되는 것이다. 공안 9과는 혹시라도, 해커의 범죄 소행일까 싶어, 쿠사나기 소령을 통해 그 영화관에 직접 접속하게 된다. 찔러도 피 한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쿠사나기 소령이,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참 인상적이었다. 그 영화관은 이상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켜, 계속적으로 관람객들이 그 영화관에 남아 행복을 이야기 하는 영화를 계속 보도록 해주는 중독성이 있는 그런 장치였다. 육체가 있을 때,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했던 자신의 영화들이 그런식으로 인정을 받게된 것이다. 보통의 사람들을 영화관에 매이게 해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게 했기 때문에, 해당 장치는 폐기 처분된 것으로 기억이 난다.


사실, 요즘에 속속들이 나오는 기술들을 보면, 멀지 않은 미래에, 공각기동대의 이야기가 현실로 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봤던 기사 중, 어떤 의사가 육체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의 뇌를, 뇌사 상태인 다른 사람의 몸에 이식해서 새로운 삶을 살게 하겠다는 기사가 있었다. 의료 윤리적인 문제로 이슈가 되고 있지만, 강행을 하려는 것을 보면, 수술의 성공 가능성이 있을 만큼 의료기술이 많이 발달하긴 했나 보다. 또, 최근에 봤던 TED영상 중에는 팔을 움직일 때 나오는 전기 신호를 이용해서, 다른 사람의 팔을 움직이는 기술을 시연한 적이 있었다. http://waytowork.tistory.com/4 이런 기술이 정교화 되면, 뇌파나 뇌에서 나오는 전기신호를 이용해, 기계를 자유자제로 움직이는 시대가 분명히 올 것이다.


가끔 이런 주제를 생각하다 보면, 신기하기도 하면서, 사회에 미칠 긍정적 혹은 부정적 파장이 염려되기도 한다. 언제나 그랬듯이, 기술은 발전하고, 사람들의 가치관과 생각도 끊임 없이 바뀔 것이다. 항상 이 사실을 염두하고 살면서, 세상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더 많은 생명들을 살려내는 길인지 계속 고민하는게 필요할 것 같다.


여담으로, 공각기동대 애니메이션에 대해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이 애니메이션의 배경은, 3, 4차 세계 대전 핵전쟁 이후, 몰락한 일본이, 마이크로머신을 이용해 핵방사능 오염을 처리하면서, 다시 재기하는 가운데 발생한, 다양한 사회문제를 다룬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애니메이션 전반에 걸쳐, 우리나라에 대해 '반도'라고 계속적으로 언급 한다. 4차 세계 대전 후 내전 중인 대한민국을 돕는다는 명분 아래 북반도의 우라늄 채굴권를 얻으려는 미국의 속셈과, 이를 통해 자위대를 파견하면서, 전쟁 특수를 노리는 일본을 그리고 있다. 미국, 러시아, 중국은 일본과 외교관계 중 갈등과 협력을 반복하는 모습으로 그려가는데, 한국 이름은 언급 없이, 반도라고만 표현한다. 2기 중간에는 일본 자위대의 의체화 부대가 신의주에서 내전 후 남게 된 인민군 부대를 살육하는 이야기도 나온다.  무차별한 살육으로, 자위대 부대원들은 심적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 같은 것을 겪는다. (공격을 한 사람도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겪는가 보다. 아니면 내가 잘못 기억하고 있거나.)  내전 후 북한 사람들은 난민이 되어, 일본 정부의 통제를 받고 있는 난민섬에 살면서, 일본 정부의 지긋지긋한 난민 문제의 대상으로 나오는 것 같다. 해당 난민들이 전술핵을 갖는 과정에서 겪는 스토리는, 북핵 문제를 모티브로 하여 짜여진 설정이 아닐까 싶다.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정식 국가명 언급 없이 반도라는 표현을 한 것, 또 국제 정세의 희생양 처럼 상황을 그린 것은 화가 치밀어 오르는 설정이다. 역사는 반복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열강들의 간섭과 내전을 겪은 지난 세기의 역사가 미래에 또 반복이 될지 아닐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충분히 일어날 수 있을 법한 미래의 일을 현실감 있게 표현한, 작가의 치밀한 설정이 놀라울 따름이다. 아마도 우리나라가 약해져, 국제 정세에서 힘의 균형이 깨지게 되는, 일어나서는 안될 상황이 발생되면, 전쟁의 비극은 또 언제 일어날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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