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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ove Piece

정복효과

Lifove 2018.12.30 15:32

2016년 4월 26일 논문쓰다 지겨워서 페이스북에 끄적인 글...(태양의 후예가 방영 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었던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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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심심함이 파도같이 밀려왔다.

뭐 좀 새롭고 재미난게 없을까 생각하다,

얼마 전에 한국 및 전 세계를 강타했던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생각이 났다.

OnDemandKorea에서 1화를 보고

실없이 웃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손이 오그라 드는 장면들,

유치한 장면들 (이 정도 나이 먹으면 유치해 보인다),

모두 오랜만이라 새로웠는지 계속 웃음이 났다.

아마 한 주에 두 편씩 정주행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 아내는 드라마 별로 안 좋아 해서

같이 보자 꼬셔도 절대 같이 안본다.

송중기고 뭐고 다 필요 없다...

내 입장에선 천만 다행...)


극에 나오는 군인들은 하나 같이 몸도 좋고,

전투복 아우라도 멋있어 보였다.

나 때만 해도,

녹색과 검은색 얼룩이 섞인 전투복에

같은 무늬의 전투모를 쓰면,

그냥 저냥 군인 아저씨 였는데,

드라마에서 나오는

디지털 문양의 전투복과 전투모 대신 베레모는

뭔가 많이 달라 보였다.

아니면 역시, 잘 생긴 사람은 뭘 입어도 멋있는,

원판 불변의 법칙이겠지...


아무튼 태양의 후예는 10년도 넘은

군 생활의 기억을 새록 새록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임관 후 밥풀떼기 하나 달고 부임했던 곳은

대대 전산실 이었다.

특전사는 아니었지만,

나름 특기를 가진, 특수사관이었던 터라,

사령부 전산실 실장(중령)님이,

대대 전산실 군무원분들과 전산병들에게

특전사 출신 전산실장이 간다고,

겁을 주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아마도 전산병들은

사령부 전산실장님께서 농담을 하셨다는 것을

나를 본 순간 바로 알았던 모양이다.

막 밥풀떼기 달고 부임한

얼굴하얀 대대 전살실장(소위)이 귀여워 보였을지도...

전산병 부사수가 겁도 없이

자신의 업무 PC에 다량의 포르노그라피를 저장해 놓을 정도로

내가 그냥 물로 보였던 모양이다.

뭐 그 당시에는, 다시 복구 못하도록 완전삭제를 지시했고,

출처를 추적해, 원본 씨디도 파기하고,

(이런 씨디 반입은 결국 간부들이 저지른 것임TT)

뭐 그 정도 선에서 마쳤던 기억이 난다.

한 번은, 군무원 한 분이 자리를 잠깐 비우셨는데,

그 군무원과 어떤 아줌마가

머리끄댕이를 잡고 싸우는 장면을 우연히 목격했다.

바로 부대 앞에서...

그 때의 충격은 정말 잊을 수 없다.

싸움의 원인은 불륜 이었는데,

왜 우리 남편(군인)과 바람 피냐고,

우리 군무원 아줌마께 항의하러 오셨다가,

우린 그런 관계 아니라는 답변에, 싸움이 난 모양이었다.

결국 그 군무원분은 다른 부대로 떠나 보내야만 했다.

막 20대 중반이었던 나에게 모든 상황들이 버거웠었다.

태양의 후예에서 보여주는 그런 로맨스는

(물론 예외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군대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이 된다.

물론 연예인 급 20대 여자 군무원과 여군들은 있다.

하지만 개구리 복을 입고 있으면,

남자들은,

그냥 저냥 군인 아저씨일 뿐이다...


또, 태양의 후예에서 보여 준,

진구의 모습은,

함께 근무하던, 중사 형님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나보다 두살 많은 분이셨는데,

내가 계급이 높다 보니,

특히 군대에서만 쓰는 특이한 말투

"말입니다"를 정말 많이 들었었던 것 같다.


장교로 군 복무해서 좋은게 있다면,

중소기업 수준 혹은 조금 더 많은 연봉(세후 비교)과

3개월 마다 나오는 100% 보너스

전국에 있는 군 콘도 및 협약된 일반 콘도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

3년 복무 후 퇴직시,

대학교 때 대출한 2학기 학자금을 한 번에 갚고도

그 두배 만큼이나 남는 퇴직금 등등

많은 혜택이 있다.

그리고 돈 쓸일이 별로 없기에,

복리로 이자를 주는 군인공제회에

매달 백만원씩 36개월 부지런히 저축하면,

전역시, 스포츠카 한대 정도는 뽑을 수 있다.


그리고, 예비군 훈련 가면,

웬만해선 나보다 높은 계급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 정도?

특히, 전산전공 쪽으로 대학원에 가있다보면,

웬만해선 예비역 병장도 찾기가 쉽지 않다.

전산을 하는 사람들은 보통,

병역 특례가 가능한 업체나 연구소,

학교 등에서 병특을 하거나 산업연구 요원을 해서,

예비군 훈련을 받으면 모두 이병이기 때문이다.

대학원에 있을 때,

함께 공부했던 한국 분들이 같은 연구실에 여러분 계셨는데,

대부분이 그런 케이스였다.

가끔 그분들 보다 내가 연구에 뒤쳐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때,

예비군 훈련가면, 대학원 학생들과 심지어 지도교수보다도

내가 제일 계급이 높다는 사실은

쓸데없이 나를 위로하기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저런 혜택 중 제일은

정복을 입을 수 있었다는 게 아닐까 싶다.

원판과 상관없이, 누구나 정복을 입으면 사람이 달라 보인다...

정말 달라보인다... ...

해골같이 생긴 동기가 한 명 있었는데,

임관시 정복을 입었는데, 그런 미남이 세상이 없을 정도였다...

반전은, 임관 이후에는 거의 입을 일이 없다는 것...


작년 여름에 부모님 댁에서 잠깐 지낼 때

엘범에서 사진을 하나 발견했다.

전역하고 집에 돌아온 날,

그 동안 입어보지 못한 정복이 아까워,

아버지에게 부탁해서 찍은 사진인 것 같다.

간직하고 싶어서, 폰으로 그 사진을 다시 찍었다.

요즈음 이 사진이 유난히 또 쓸데없이 위로가 많이 된다.

아마 연구가 잘 안되는가 싶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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