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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잡이에 대한 단상

Lifove 2018.12.30 15:52

2015년 3월 1일 아빠로 지냈던 몇 주간을 경험하며 페이스북에 끄적였던 글...

절박유산 상태로 아내가 고생이 많았고, 결국 12주차에 양막이 터졌고 유산의 아픔을 겪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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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잡이에 대한 단상


나는 부분 왼손잡이다.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오른손잡이인데,

그렇지 않은 몇 가지가 있다.


예를 들면,

가위는 왼손,

도마 위 부엌 칼은 왼손,

K2 소총 방아쇠는 왼손이다.

(권총은 오른손인데, 경우에 따라 왼손일 때도 있다.)


눈치가 빠른 사람은 위 세 가지 공통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양손을 모두 사용하는 경우이다.


왼손에는 가위, 오른손에는 종이,

왼손에는 칼, 오른손에는 양파,

왼손에는 방아쇠, 오른손으론 총렬.


양손을 다 써야 하는 상황일 경우,

언뜻 보기에 도구나 중요한 부분과 관련된 곳에서는

왼손잡이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래 전에,

왜 나는 부분 왼손잡이일까 생각을 하다가

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오른손을 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위질 보다, 종이를 잘 잡고 잘 돌리는 것이

나에게 더 중요한 일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가위질을 할 때,

다른 사람들은

가위를,

자르고 싶은 길대로 돌리지만,

나는 가위를 싹뚝싹뚝만 하고, 종이를 돌린다.


칼도 마찬가지로, 싹뚝싹뚝만 하고,

양파를 얼만큼 잘라야 하는지 영역 잡는 것은

오른손으로 한다.


K2 소총의 경우에는,

방아쇠를 당기는 것 보단,

오른손으로 잡은 총렬을 움직여서

과녁을 잘 조준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다른 소총수들이,

왼손으로 총렬을 가만히 지지하는 것과는 다르게

나는 방아쇠 손잡이를 잡은 왼손을 바닥에 고정 시키고,

오른손으로 총렬을 움직여 과녁을 조준한다.


권총의 경우는 좀 특이한데,

한 손으로만 쏠 때는, 오른손에 권총을 쥐지만,

받치는 손을 추가할 경우에는,

왼손에 권총을 쥐고,

오른손으로 왼쪽 손목을 잡고 지지해 준다.

방아쇠를 당기는 것보다,

분명 오른손으로 왼손을 지지하고 조준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이렇게 따진다면, 난 부분 왼손잡이라기 보다는

완전 골수 오른손잡이가 아닐까 싶다.


언제부터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하게 됐을까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굉장히 어렸을 때부터 그랬던 것 같다.


양손을 다 쓰는 경우인데도, 

도구를 오른손에 쥐는 경우가 있다.

바로 과일을 깎을 때다.

앞의 논리 대로라면,

과일을 오른손으로 잡고 돌리면서

왼손으로 과도를 들고 깎아야 하겠지만,

유독 과일을 깎을 때는

오른손에 과도를 든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나는 과일을 정말 잘 못깎고,

웬만해서는 깎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10년에 한 두 번 정도만 과일을 깎지 않나 싶다.


이 것에 대한 확실한 이유가 있는데,

내 오른손 중지에는 몇 바늘 꿰맨 흔적이 있다.


다섯 살 때,

왼손엔 과도를 오른손엔 사과를 쥐고 깎다가

오른손 중지를 잘못 베는 바람에,

과일 깎는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긴 것이다.

그래서 억지로라도 오른손으로 깎으려 하니

잘 깎을 일이 없는 모양인가 보다.


다섯 살 때부터

이런 부분 왼손잡이 성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

자신이 왼손잡이인지 오른손잡이인지 결정되는 데에는

어렸을 때부터 다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나 같은 경우는 도구보다도 오른손에 내가 쥐고 있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고, 본질같은 거라고 은연중에 생각한 것 같다.

사실 과도보다도 내게 중요한 것은 내가 먹을 사과일테니...


요즘, 아내가 절박유산 상태라

벌써 한 달 넘게 일을 못하고,

침대에서만 지내고 있다.

내가 요리부터 설거지, 청소,

심지어 침대에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삼시세끼를 차려줄 정도인데,

유독 과일 깎는 것만

아내를 돌보던 첫 날부터 포기하고

아내에게 부탁을 할 정도였으니

과도에 대한 트라우마가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이런 트라우마를 겪지 않았다면

왼손으로 과일을 잘 깎지 않았을까?...


흠...

2년 전 아내 생일 때,

우리의 행복의 소리를 들으며

잠들고 깨는 아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페북에 남긴 적이 있었는데, (http://lifove.tistory.com/91)

이 바램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아,

요즘 참 감사하고 행복하다.

그토록 바래왔건만,

결혼 7년 차에,

뜻밖에 이렇게 우리에게 찾아왔다.


지난 몇 주 동안, 아가가,

쏟아지는 피와 사투를 벌이면서 잘 견뎌왔고,

여전히 자궁에 많은 피가 고여 있는 상태긴 하지만,

이번 주에는 하혈이 멈추었고,

이제 12주가 다 되어 간다.


얼마 전에 병원에 가서 초음파 검사를 했는데,

아가가 경례하듯 양손을 머리에 갖다 놓은 모습을 보았다.


문득 궁금해 졌다.


우리 아가는 왼손잡이일까, 오른손잡이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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