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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회고

Lifove 2018. 12. 30. 15:17

2016년 9월 1일 지루한 기다림, 캐나다에서의 삶을 돌아보며 페이스북에 끄적였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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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아름다운 자연, 복지가 좋고, 이민 가기 좋은 나라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공부한다고 연구한다고 돌아다닌 4 나라 중, 제일 별로였던 나라를 고르라면, 캐나다이다. 순전히 개인적인 경험이겠지만, 캐나다에 대해 생각해 볼 때,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 중 그다지 좋은 기억은 별로 없다. 러시아워 때 401고속도로를 타고 토론토 지나면서 차선을 바꾸다가 우연히 옆옆 라인의 운전자 모습을 보았는데, 앞 차가 갑자기 급정거를 했는지, 잭블랙을 닮은 캐나다 사람이 왼손 오른손의 가운데 손가락들을 1초에 5번의 싸이클로 앞 차를 향해 여러 번 먹여주던 장면 이라든지, 교차로에서 주황불에서 빨간불로 바뀌는 찰나 우회전을 했다가 정지선을 넘기 전에 빨간 불이 됐다며, 뒤에서 좇아와 내 운전경력 15년 만에 처음으로 그것도 캐나다 경찰에게 직접 받은 세금포함 약 320달러 하는 신호위반 티켓하며 (물론 법원가서 나는 유죄다 라고 판사 앞에서 외치는 대신 벌점도 없에고 1/3로 벌금을 줄여주긴 했지만), 이 티켓 때문에, 매년도 아닌 매월 20만원씩이나 내던 자동차 보험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회도 놓쳐 버리고 동결할 수 밖에 없었던 일, 뒷 차가 내 차 범퍼를 살짝 박아서 견적을 보내주었더니, 학생이니 반으로 깎아 주면 안되겠냐 그러길래, 학생이면 그럼 보상 안받겠다 대신 너도 다음에 비슷한 일 당하면 Generous 해져라라고 메일을 보냈는데, 자기가 마음이 편하지 않다면서, 반은 보내주겠다고 이메일 송금할 수 있는 주소까지 받아 갔으면서도, 그 후론 아무 소식 없었던, 크리스틴 스튜어트 닮았던 학생 (물론 안받기로 한거라 상관은 없었지만…), 내가 평생에 본 교통사고의 반은 캐나다에서 봤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교통사고는 왜 이렇게 많이 발생하는지, 교통사고 유발하는 여러 교통 시스템 (사거리에서 직진 신호시 비보호 좌회전 기본적으로 언제든 가능, 좌회전 차선 만들려고 직진 차선을 굽게 만드는 것, 밤에 차선 잘 안보이고, 차선 새로 그리면 마르기 전에 통행을 허가하는지 새 차선들은 바퀴 자국과 함께 번져 있고, 고속도로는 여기저기 패여서 검은색 물체로 땜질…), 시내버스는 환경을 보호하는 Hybrid라는데 버스 맨 뒤 왼쪽 귀퉁이에 자리 잡은 배기구에는 출발 할 때 마다 왜 늘 검은 연기만 나오는지, 깐깐하고 편집증 결벽증이 심한 집주인 할머니가 우리가 이사 나간 후 집 청소는 Eastern-European 스타일로 해야 한다며 카펫 청소비로 226불, 청소 전문가 14시간 고용비로 350불을 달라하면서, 우리 동의 하에 전문 청소인 부른다는 동의서까지 쓰라는 등, 새로 이사 온 아파트 관리실에 가서 재활용 쓰레기를 어떻게 하냐고 물으니, 그거 의무냐면서, 그냥 다 일반 쓰레기로 버리라고 비밀처럼 속삭이듯 이야기 하고, 또 세탁카드 달라는데, 못 찾겠다고 다음에 오라는 것만 4 번째에 결국 9월 1일에 오라는 등등 이 모든 것들을 한 문장에 적고 싶을 정도로 안좋은 기억들이 `만연'해 있다.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다사다난 했던 적이 없었던 걸 보면, 캐나다라는 나라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기는 이미 물 건너 간 듯 싶다.


캐나다 복지? 2007년만 해도 학비 공짜에 옆 도시 캠퍼스까지 교통비가 무료였던 스웨덴만 할까? OHIP이라 불리는 온타리오 정부 건강보험? 홍콩 정부 병원도 거의 공짜다. 병원 예약하고 기다리는 것은 캐나다 주정부 병원도 마찬가지다. 세금환급? 한국도 하지 않는가...친절한 사람들? 자전거에서 넘어지면, 150m 넘는 곳에서 목격해도 괜찮냐고 물어 보려 달려오는 독일 사람들보다 더 친절할까...그런데 이런 이야기들을 하면, 아직 우리가 아이가 없어서, 캐나다의 교육이나 육아 혜택을 받지 못해 그럴거다라고 많이들 이야기 해주신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닐 수 있겠지만, 결혼 9년 차에 아이 없는 우리가 듣기에는 썩 좋은 소리는 아닌 것 같다.


처음에는, 작은 사건 사고들이 일어날 때마다 짜증도 좀 나고 그랬는데, 지금은 좀 멀찌감치 떨어져서 삶을 바라보며, 왜 라는 질문을 자주 던져본다. 사실 사람 사는 곳은 똑같다며, 한달 반 정도면 어디서든 적응을 잘 했었는데, 여기에서는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 같다. 학위 공부는 마쳤지만, 대학원 생활 동안 많이 지쳐서 그런걸까? 아니면, 그냥 향수병 일까? 2년 예상하고 온 캐나다지만, 남은 일년이 길게만 느껴진다. 사실 시간은 살 같이 빠르게 지나가고, 내년이 되면 분명히 다른 곳으로 옮기게 되겠지만, 1년 동안 더 묵혀져야 한다는 것이 그렇게 달갑지는 않다. 하지만, 잘 묵혀져야 입맛 돋구는 묵은지가 되듯, 필요하다면 감내 해야 할 시간이겠지…친한 선배가 그 살기 좋다는 캐나다를 떠나고 싶어한다니, 때가 무르익은 듯 하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왕 이렇게 된거, 제대로 무르익어서, 다음에 어딜 가든 좋은 삶의 열매 내줄 수 있기를 바래본다.


지난 주말에 학회 데드라인을 넘기고 두 주 긴 휴가를 받았다. 이번 주는 그 동안 장발이 된 머리도 좀 깎고, 주민번호, 건강보험 연장, 엔진오일 교체 등 남은 1년의 캐나다 삶을 위해 필요한 행정 업무들을 좀 봐야 한다. 주말부터는 미국에 있는 누나 집에 갔다가 잠시나마 여행을 할 예정이다. 한편으론, 비자 문제 때문에 미국 밖을 7년째 나오지 못하는 누나네 가족에게 내가 마음만 먹으면 7시간 정도 달려 방문할 수 있다는 것이 누나에게 큰 위로가 된다는 사실 만으로도, 내가 캐나다 온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아무튼 이번에는 마음 편히 좀 쉬다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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